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러시아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을 차단하기로 했다. 러시아 제재 참여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개전 나흘 만에야 늑장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는 28일 정부의 수출 통제 허가 심사를 강화해 대러 전략물자 수출을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러시아에 대해 ‘4대 국제 수출 통제 체제’에서 정한 전략물자 품목의 수출을 사실상 불승인하는 방식으로 전략물자 수출 심사 제도를 운영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비전략물자지만 미국이 독자적 수출 통제 품목으로 정한 반도체·정보통신·센서·레이저·해양·항공우주 등 57개 품목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들이 조치 가능한 사항을 검토해 조속히 확정할 예정이다. 미국은 전략 품목이 아닌 역외 통제(FDPR·해외직접생산품규칙) 규정을 적용했는데 국내 기업들이 직접적 대상이 될 수 있다. FDPR이 적용된다는 것은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면 미국 허가를 받아야 러시아 수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전문무역상사 등과의 긴급 간담회에서 “우리 기업의 피해 예방을 위해 FDPR 적용의 예외 확보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이들 품목에 대해 한국이 스스로 미국과 같은 수준의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미국 측에 수출 통제와 관련한 이날 결정 사항을 외교 채널로 통보했다.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배제에도 동참할 것이며 구체 방안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국제 에너지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전략비축유 추가 방출을 추진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유럽 재판매 등도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긴급 간담회에서 상사 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시 원자재 수급 불안과 물류 운송 차질, 대금 결제 애로 등이 우려된다며 정부에 신속한 수출 통제 관련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