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에너지 정책 수립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 유럽연합(EU) 가입국들은 발전 효율이 낮은 신재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공급받는 천연가스에 에너지원의 상당 부분을 의존해왔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맞아 어려움을 절감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의 리더들이 탈원전 정책을 뒤집고 유턴을 선언하는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밝힌 것 또한 이 같은 에너지 안보 위기와 관련이 깊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이번 언급이 이미 준공 예정인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에 국한된 만큼 현 정부 들어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는 물론 전면 백지화된 천지·대진 원전 건설 재개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 단가 중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우라늄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 반면 원전 발전 단가의 92%는 한국 기술로 구축된 발전 설비 등이 차지해 원전은 ‘준(準) 국산 에너지원’에 가깝다는 것이 에교협 측의 설명이다.
특히 우라늄은 러시아나 카자흐스탄과 같은 옛 소련 연방 소속 국가 외에 영국이나 프랑스 등 서방국에서 조달이 가능해 수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독일·호주·카자흐스탄 등 10개국에서 15년 단위 장기 계약으로 우라늄 원석을 수입 중이며 농축 우라늄은 프랑스·영국 등 4개국에서 20년 장기 계약으로 구매하고 있다. 유엔 등에 따르면 원전의 탄소 배출량도 태양광의 4분의 1 수준이라 ‘탄소 중립’ 이슈에도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
반면 현 정부가 힘을 싣고 있는 신재생은 발전 효율이 낮다는 치명적 약점 때문에 에너지 안보에 불리하다. 태양광이나 풍력의 경우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다. 이 문제를 보완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이 필수다. 비교적 저렴한 석탄은 문재인 정부의 ‘2050년 탄소 중립’ 선언으로 30년 내에 시장 퇴출이 예상되며 액화천연가스(LNG)는 높은 가격 외에 지정학적 이슈에 따라 수급 문제가 언제든 불거지는 만큼 대안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