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닷새째인 28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에서 일단 후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르스키 키예프 방어군 사령관은 우크라이나 총참모부 페이스북에 “지난 밤 사이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수도를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적들은 계속 키예프 방어를 뚫으려고 했지만, 목적 달성을 위한 모든 시도가 실패했다”며 “키예프의 모든 상황은 통제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쳤다”고 평가했다.
안나 말리야 국방부 부장관은 우크라이나군이 파괴한 러시아 장비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말리야 부장관은 우크라이나 총참모부 페이스북에 “항공기 29기, 헬기 29기, 전차 191대, 장갑차량 816대, 야포 74문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함께하면 승리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의 침공 전략이 차질을 빚으면서 과거 소련이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전쟁의 수렁'에 빠졌던 것처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유사한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련은 냉전 시기인 1979년 12월, 당시 친소련 정권에 저항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세력 무자헤딘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당시 신흥 세력 탈레반을 중심으로 한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맹렬한 저항에 부딪힌 소련은 결국 10년간 막대한 전쟁 비용을 쏟아붓고 병력 5만명을 잃은 채 1989년 철수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쟁의 실패가 소련 해체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CNN 방송 등 서방 언론은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려 했던 러시아가 예상보다 거센 우크라이나의 저항 탓에 전선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들은 러시아군이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고 보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들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으며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동부 대도시 하리코프조차 현재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 러시아의 수중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처럼 개전 초기 전선이 교착된 상황에서 미국과 나토,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직접 파병하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자금 지원에 적극 나섰다. 러시아의 침공 이전에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했던 미국은 3억5000만 달러(약 4192억 원) 규모의 무기를 추가로 지원한다고 26일 발표했다.
영국도 우크라이나에 이미 2000기의 대전차 미사일을 제공한 가운데 무기를 추가로 보내기로 했다. 네덜란드도 스팅어 방공 로켓 200발을 최대한 빨리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이달 초에도 소총과 탄약, 레이더 시스템, 지뢰탐지 로봇 등을 지원키로 한 바 있다. 체코는 약 750만 유로(약 101억 원) 규모의 무기를 우크라이나로 보낼 계획이다.
그간 살상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온 독일은 이를 뒤집고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무기 1000기와 군용기 격추를 위한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500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EU는 4억5000만 유로(약 6060억 원)의 EU 재원을 우크라이나를 위한 무기 구매에 사용하고 추가로 5000만 유로(약 673억 원)의 의료물자를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