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가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비 성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령층 인구 비중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당장 소비하기보다 미래를 대비해 저축하면서 가계 전반의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인구 고령화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생애주기 소비변화 분석’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6년까지 인구 고령화는 가계소비를 연평균 0.9%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 20년 누적 기준으로 18%다.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가계 소비선택의 변화와 연령별 인구 분포의 변화 등이 모두 작용한 결과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인구 분포 변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했으나 이후에는 가계 소비선택 변화가 점차 확대됐다. 전체 인구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베이비부머가 2000년대 중반 이후 생애주기의 소비 정점에 도달한 뒤 인구 분포 영향이 상쇄됐기 때문이다.
특히 기대수명이 증가할수록 가계가 현재 소비를 축소하는 패턴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생애주기 후반부 소비가 감소하면서 정점에 도달하는 연령대도 점차 당겨졌다. 1995~2005년 60대 초반이었던 소비 정점이 2006~2016년 50대 초중반으로 빨라진 것이다. 은퇴를 앞둔 50세 이후부터 기대수명 증가에 대응해 현재 소비를 축소하는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셈이다.
통계청의 인구·사망 확률 추계 자료를 토대로 2060년까지 고령화 진전이 가계 평균 소비에 미칠 영향을 전망한 결과 고령화는 2030년 중반까지 가계소비를 지속적으로 줄인다. 연구진은 2020~2035년 고령화는 가계 평균 소비를 연평균 0.7% 감소시킬 것으로 추정했다. 2030년대 중반 이후로는 고령화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어서 2060년까지 추가적인 소비 감소는 없다.
향후 인구 고령화가 가계소비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민간소비 흐름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동재 한은 통화정책국 과장은 “고령화 이외 요인에 의해 소비가 추가적으로 둔화되지 않게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며 “정책당국이 고령화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앞으로도 폭넓은 관련 연구가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