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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시라노']연애편지를 대신 써준 남자, 편지 덕에 사랑에 빠진 여자… 진짜 사랑은 무엇일까

영화 ‘시라노’ 스틸컷.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영화 ‘시라노’ 스틸컷.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17세기 프랑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연애편지를 보내는 남성이 있다. 하지만 그가 쓰는 연애편지는 다른 남자의 부탁을 받고 그 이름으로 대필한 것이다. 수신자인 여성은 본심을 남의 이름으로 담은 편지 속 아름다운 글을 읽고 사랑을 키워가게 된다. 그 여자가 사랑에 빠진 대상은 편지에 이름을 담은 발신자일까, 글을 대신 써준 남자일까.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 감각적 분위기의 시대극을 만들어온 조 라이트 감독의 신작 ‘시라노’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묻는 뮤지컬 영화다.

근위대 대위 시라노(피터 딘클리지)는 자객 10명과 싸워도 이길 수 있는 검술 실력과 무예를 갖춘 군인인 동시에 감성을 담은 시를 쓰는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오랫동안 가깝게 지낸 여인 록산(피터 헤일리)을 짝사랑하지만 다가가지 못한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성인 남성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작은 키의 콤플렉스 때문이다.

영화 ‘시라노’ 스틸컷.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영화 ‘시라노’ 스틸컷.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어느 날 그는 록산으로부터 자신의 근위대에 들어온 신병 크리스티앙(켈빈 해리스 주니어)에게 반했다며 그에게 편지를 쓰게 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크리스티앙은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를 갖췄지만 글솜씨는 전혀 없다. 시라노가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연애편지를 쓰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록산은 크리스티앙의 외모에 반했지만, 연심을 키워준 건 편지 속 아름다운 문장과 감성이었다. 영화는 극중의 주요 사건들을 통해 록산이 진정 사랑했던 이는 누구였는지 깨달아가는 과정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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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는 19세기 프랑스의 유명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동명의 뮤지컬을 영상화했다. 원작에서는 시라노가 큰 코 때문에 콤플렉스를 갖는다는 설정이었지만 영화는 딘클리지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면서 신체적 장애물을 작은 키로 바꿔놓았다. 딘클리지는 실제로 왜소증 환자다. 그는 싸움 장면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대조적으로 신체적 문제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좌절감을 효과적으로 연기해낸다.

영화 ‘시라노’ 스틸컷. 사진 제공=유니버설 픽쳐스영화 ‘시라노’ 스틸컷. 사진 제공=유니버설 픽쳐스


라이트 감독은 원작의 고전미를 연출에서 그대로 살려내는데 성공한다. 식상할 수 있는 17세기의 고전미를 오히려 익숙한 분위기로 녹여냈으며, 올해 아카데미 의상상에 노미네이트될 정도로 시대 배경에 대한 고증도 충실한 편이다. 러닝타임 123분.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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