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일으킨 전쟁 전선이 영토뿐 아니라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사이버 보안 산업에 돈이 몰리고 있다. 사회의 급소 역할을 하는 주요 정부 기관, 금융사, 언론사의 웹사이트 먹통을 초래해 상대국에 혼란과 단절을 유발하는 공격이 확대되면서 보안 관련 기업 주식들이 ‘제2의 방산주’로 떠오르고 있다 .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글로벌사이버보안INDXX(418670)’는 최근 2거래일간 9.6% 뛰어 지난 2월 28일 1만 4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이버 보안 관련 매출이 전체 50% 이상인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지난달 22일 상장했다. 시장이 살얼음판을 걸으면서 올해 상장한 13개 ETF 중 9개가 손실권에 머물렀지만 해당 ETF는 상장 기준가보다 5.0% 오르면서 새내기 중 성과가 가장 훌륭했다.
미국 시장도 사이버 보안 테마로 떠들썩하다. 사이버 보안 테마 ETF 중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사이버시큐리티(티커 CIBR)’는 2월 28일(현지 시간) 기준 최근 3거래일 동안 11.6% 급등했고 ‘글로벌X 사이버시큐리티(BUG)’와 ‘ETFMG 프라임 사이버시큐리티(HACK)’도 같은 기간 각각 13.0%, 10.6%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정부와 민간의 사이버 보안에 대한 경각심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에 땔감이 됐다.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무자비한 폭격을 퍼붓고 있지만 그 뒤편에서는 광범위한 사이버전이 전개 중이다. 전면 공습이 있기 전부터 우크라이나의 의회·정부·은행은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을 받으며 시스템 마비를 겪었고 국제 해커 단체인 어나니머스는 화이트 해커를 자처해 러시아에 대해 ‘사이버 전쟁’을 선언하면서 국방부, 크렘린궁전 웹사이트에 이어 국영TV까지 해킹했다. 사이버 공간도 전시 상황에 돌입하면서 고도화된 사이버 보안 체계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된 것으로 지난달 27일 미국은 주요 인프라 기업에 보안 강화를 경고하기도 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사이버 보안 테마가 ‘반짝’에 그치지 않고 메타버스·가상자산 등 디지털 혁신과 맞물려 구조적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본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는 글로벌 사이버 시장 규모가 지난해 2179억 달러에서 오는 2025년 3454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탈중앙화 추세가 심화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사이버 보안 투자는 필수적이지만 기업의 준비 단계는 아직 초기”라며 “(팔로알토 등) 주요 사이버 기업의 매출 성장률은 S&P500을 뛰어넘으며 견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