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하리코프와 수도 키예프·남부 도시 헤르손 등에서 민간인 주거지를 가리지 않는 공격을 이어나가며 민간인 피해가 속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엿새째인 1일(현지 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방관은 이날 “러시아가 학교와 병원·주거지역을 공격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인권 유린 및 국제인도법 위반 행태에 대한 보고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범죄(crime)의 모든 피해자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민간인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리코프에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주정부 청사와 중앙광장·여러 민간인 시설 등이 다연장포와 순항미사일 등의 공격을 받았다. AFP통신은 러시아군의 하리코프 주정부 청사 공격에 10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주거지역 포격으로 8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하리코프 공격은 “국가 테러리즘”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수도 키예프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다. 키예프 내 TV 타워를 겨냥한 포격으로 5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TV 타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대표적인 유대인 학살 사건인 ‘바비 야르’ 계곡 총살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설 인근에 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 점을 짚으며 러시아군이 “야만적 행위”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군이 키예프로의 진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현재 러시아의 장갑차·탱크·화포 등은 키예프 도심에서 25㎞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으며, 북쪽에서 키예프 방향으로 진군하는 군사 장비의 대열은 6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러시아 일부 군부대가 식량 부족을 포함해 병참 문제에 직면해 키예프로의 진격이 멈춘 상태”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주요 항구도시 헤르손에서도 교전이 잇따랐다. 다만 우크라이나 내무부의 바딤 데니센코 고문은 “우크라이나군이 여전히 시청을 통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 주거지역을 가리지 않고 포격을 이어나가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후속 대화의 길이 요원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28일 개전 이후 처음으로 열렸던 양측 협상의 후속 일정은 아직 공표되지 않았다. 일부 러시아 매체는 이르면 2일 2차 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보도했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시에 대한 폭격을 중단해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말해 회담 개최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