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탐정'…가장 어둡고 우울한 배트맨

[리뷰 - 더 배트맨]

불완전한 상태의 초기모습 그려

느와르 액션·압도적 연기 인상적

개봉 첫날 관객 19만명 올 최고

영화 ‘더 배트맨’ 스틸컷.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영화 ‘더 배트맨’ 스틸컷.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배트맨은 1939년 원작 코믹스 만화가 나온 이래 80여년간 영화, 시리즈물,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 창작자들이 변주를 시도해 온 작품이다. 슈퍼맨과 더불어 DC코믹스의 대표적 슈퍼히어로지만 제도권의 바깥에서 악을 응징하며 영웅과 악당의 경계를 오가는 ‘자경단’이라는 독특한 정체성 덕분에 재해석의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영화만 해도 팀 버튼의 ‘배트맨’,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3부작 등 여러 편이 나왔다.




‘더 배트맨’ 속 브루스 웨인은 전작들과 달리 불완전한 면모를 드러낸다.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더 배트맨’ 속 브루스 웨인은 전작들과 달리 불완전한 면모를 드러낸다.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1일 개봉한 맷 리브스 감독의 ‘더 배트맨’은 배트맨 활동 초기로 돌아가서는 불완전한 상태에서 여러 착오를 거쳐 영웅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접근한다. 영화는 액션 블록버스터라기보다 필름느와르 액션 영화의 색채를 띠며, 로버트 패틴슨은 6대 배트맨을 연기하며 밝음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고담시를 배경으로 음울한 이미지의 사립탐정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웃음기 없는 배트맨은 원작의 모습에 가깝다는 평가다. 개봉 당일 19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올해 들어 최고 오프닝 성적을 내며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더 배트맨’ 속 카체이싱 장면.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더 배트맨’ 속 카체이싱 장면.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는 주인공 브루스 웨인(로버트 패틴슨)이 부정부패와 범죄가 판치는 고담시에서 배트맨으로 밤마다 범죄 현장에 나타나 죄를 응징한 지 2년째 된 시점에서 시작한다. 그는 어릴 적에 부모가 나쁜 놈들에게 살해당했다는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악당들을 응징하는 걸 일종의 복수로 생각하며 여기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살아 왔다. 물려받은 가업에는 별 관심이 없고, 집에 회계사가 오는 것조차 꺼린다. 과거 작품들에서 배트맨은 슈퍼히어로와 사업가의 이중적 정체성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는 반면, ‘더 배트맨’에서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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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배트맨’에서 배트맨이 바라보는 고담시의 모습.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더 배트맨’에서 배트맨이 바라보는 고담시의 모습.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그러던 중 재선을 노리며 선거전을 벌이던 현직 고담시장이 집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얼굴을 가린 채 발견된 시신에는 ‘거짓은 이제 그만’(No More Lies)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으며, 현장에서는 배트맨에게 보내는 편지와 암호문이 발견된다. 범인은 온라인 영상을 통해 자기를 리들러(폴 다노)라고 소개하며 배트맨을 도발한다. 이어 경찰청장, 검사, 마피아 보스 등이 연달아 살해당하고, 배트맨은 고든 경위(제프리 라이트)의 도움을 받아 수사 현장에 진입해 리들러가 내놓는 수수께끼를 풀어가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이 과정서 사라진 친구를 찾는 셀리나 카일(조이 크라비츠)를 만나 파트너가 되고, 고담시 지하 클럽의 사장 ‘펭귄맨’ 오스왈드(콜린 패럴)와도 부딪히게 된다.

영화 속에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사건 현장을 뒤지고 추리를 벌이는 배트맨의 모습은 블록버스터의 슈퍼히어로보다 추리소설 속 탐정 같다. 패틴슨은 눈가의 검은 화장과 창백한 얼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외모 등을 통해 과거 배트맨 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음울하고 불완전한 배트맨을 연기한다. 사건을 해결해 가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복수’에서 ‘희망’으로 바꾸는 전개가 인상적이다.

‘더 배트맨’에서 셀리나(조이 크라비츠)의 존재는 배트맨의 성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더 배트맨’에서 셀리나(조이 크라비츠)의 존재는 배트맨의 성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그렇다고 단순히 범죄 추리물로만 흐르지는 않으며, 액션과 카체이싱 장면은 적절한 시점에 등장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배트맨이 맨몸으로 펼치는 액션은 사실적 타격감을 전해준다. 특히 배트맨이 차량인 배트모빌을 타고 펭귄맨과 벌이는 카체이싱 장면은 명징한 대조를 보여주는 색감, 저음의 사운드와 맞물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대척점의 빌런 리들러를 연기한 폴 다노는 요즘 시대 쉽게 볼 수 있는 ‘관종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압도적 존재감으로 펼쳐낸다. 대부분 가면을 쓰고 음성을 변조해 나오는 탓에 얼굴을 보여준 적은 많지 않지만, 뛰어난 연기력으로 화면을 장악한다. 셀리나 역할의 조이 크라비츠도 코믹스에서 걸어 나온 듯 한 인상적 모습을 보여준다. 상영시간 176분.

카체이싱 후 걸어나오는 배트맨의 모습은 빌런들에게 주는 위압감이 있다.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카체이싱 후 걸어나오는 배트맨의 모습은 빌런들에게 주는 위압감이 있다.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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