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CJ택배노조 파업 철회했지만 '이익 배분' 합의 못해…"임시 봉합, 노사갈등 재점화 될 것"

택배기사 처우 문제 추후에 논의

근본적 해결 안돼 분위기 어수선

롯데·한진·로젠 등 재파업 가능성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을 대상으로 벌였던 파업에 대해 종료를 선언했지만 택배 업계의 노사 갈등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종료 결정은 근본적 해결이 아니라 싸늘한 여론을 이기지 못한 전략적 회군에 가깝기 때문이다. 택배노조의 실제 파업 이유인 택배비 인상분에 대한 택배 기사 몫 확대는 이번 파업 해제 논의에서 다뤄지지 않았고 파업 과정에서 벌어진 고소·고발 등 단발적인 문제만 테이블 위에 올랐다. 기사 처우 문제는 추후 논의하기로 해 향후 재파업 등의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2일 CJ대한통운은 “대리점연합과 택배노조가 대화를 통해 파업을 종료한 데 대해 환영하며 회사는 신속한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만 이번 파업 중 발생한 불법 점거 및 폭력 행위는 결코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회사는 고객의 소중한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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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의 입장문에 대해 택배 업계는 ‘원론적’일 뿐이라고 본다. 최근 1년 새 네 차례 파업을 주도한 택배노조에 대한 불신도 거두지 않고 있다. 본사 점거, 곤지암 메가 허브 진입 시도 등 물리적인 파업까지 벌인 택배노조 지도부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명분 없는 파업이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택배 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 본사 직원 폭행, 본사 점검 과정에서의 방역 수칙 위반 등으로 파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택배노조가 파업을 철회한 것에 불과하다”며 “전체 택배 기사의 10%의 대표성도 갖지 않는 택배노조가 현재와 같은 기조를 보인다면 파업은 또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한진과 로젠·롯데택배 등도 CJ대한통운발 파업 사태가 향후 자신들에게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앞서 롯데·한진·로젠의 조합원들은 CJ대한통운 노조원의 파업에 지원 파업을 하며 확전을 예고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CJ대한통운에 문제가 불거졌지만 향후 다른 기업을 타깃으로 기획 파업이 벌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통상 택배노조는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을 시작으로 업계 전반적으로 파업을 확대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택배 업계가 택배노조의 재파업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중 하나는 택배노조가 택배 기사의 단가 인상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택배노조는 지난해 CJ대한통운이 택배 단가를 320원가량 올렸는데 이 중 76원만 택배 기사의 처우 개선에 돌아갔고 배송 기사들에게는 배송 건당 5원씩밖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 택배 기사 과로 방지 사회적 합의의 이행 여부에 대해 현장 점검한 결과 사회적 합의가 양호하게 지켜지고 있다며 CJ대한통운의 손을 들어주면서 인상된 택배 단가 중 택배 기사 몫을 더 달라는 택배노조의 요구는 명분을 잃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즉 인상된 택배 단가를 CJ대한통운이 택배 기사 처우 개선 등을 위해 사회적 합의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택배노조가 정부가 개입한 방식의 사회적 합의를 다시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택배노조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CJ대한통운 본사 농성장을 찾아 “사회적 합의 기구에 참여했던 과로사대책위·정부·택배사·대리점연합·소비자단체 등이 모여 이견이 있는 사안에 대해 추가 사회적 대화를 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하자 본사 점검을 해제하는 등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택배노조의 불합리한 행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업계 판도에 지각변동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쿠팡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쿠팡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2014년부터 쿠팡로지스틱스 디렉터로서 쿠팡의 물류 관련 업무를 이끌어 온 이선승 이사를 지난달 초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막바지 사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조 문제가 미완인 가운데 신규 경쟁자까지 진입할 경우 택배 업계의 혼란은 가중되고 이는 소비자 피해로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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