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트위치는 트위터가 아니다" 초창기 직원 대이탈 겪는 트위치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

지난 해 300명 이어 올 두달만 60명 이탈

이중에는 CCO, COO 등 임원진 6명 포함

엔지니어 퍼스트 전략 등 실리콘밸리 전철 밟아

고유의 트위치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지적도

트위치 로고 /연합뉴스트위치 로고 /연합뉴스




“트위치는 실리콘밸리의 루트를 밟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로부터 사람을 데려오고 새로 온 사람들은 정작 트위치 커뮤니티가 어떤 곳인지, 왜 이곳이 특별한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죠” (마커스 그레이엄 트위치 크리에이터 개발 총괄)

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서 올해 들어 60명이 넘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미 지난 해에 300명 이상의 직원이 떠난 데 이어 올해는 이탈 속도가 더욱 빨라졌습니다. 이 중에는 최고운영책임자(COO) 사라 클레먼스, 최고콘텐츠책임자(마이클 아라곤)을 비롯해 크리에이터 개발 총괄인 마커스 그레이엄도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그레이엄 총괄의 경우 트위치 플랫폼의 핵심 이용자인 크리에이터들과의 최접점에 있던 인물입니다. 그는 지난 1월 회사를 떠나면서 트위치가 본연의 크리에이터 기반 플랫폼으로서의 강점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회사를 떠난 다른 직원들도 트위치의 경우 다른 빅테크와는 달리 크리에이터가 곧 고객인데 직원들이 제품에 열정이 없다면 크리에이터의 시각에서 서비스를 기획할 수 없고 크리에이터가 떠나갈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트위치 측은 “트위치는 지난해 500명 이상을 고용했고 전세계 인력을 모두 합하면 1800명에 달한다”며 “지난 2년의 근로자 유지 비율은 오히려 향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근로자들이 퇴사 시 진행하는 설문조사 응답 결과 대다수 이들이 남는 것을 원했지만 이직을 좀 더 선호했기에 회사를 떠난 경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크리에이터가 트위치에 방송을 중계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한 크리에이터가 트위치에 방송을 중계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크리에이터도 이용자 중 하나로 봐…빅테크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진행한 전현직 직원들의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에멧 시어 트위치 최고경영자(CEO)의 ‘엔지니어 퍼스트’ 전략이 크리에이터 중심의 기존 트위치 문화를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인데요. 크리에이터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하면서 높은 충성도를 이끌어 온 트위치의 문화가 예전만 못하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 최근 전략이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하나는 트위치가 지난 해 10월부터 도입한 결제 기능인데요. 이용자들이 마음에 드는 크리에이터 채널의 추천 갯수를 늘리고 싶으면 이를 구매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를 테면 1000개의 추천 수를 99센트에, 3000개의 추천 수는 2.97달러에 구매할 수 있게한 겁니다. 이는 이용자들의 팬덤을 수익화한 방법인데 정작 크리에이터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인기가 많은 채널은 더 많은 추천수를 얻게 돼 크리에이터 사이의 부익부 빈익빈이 거세질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이는 많은 군소 크리에이터들가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 다른 기능은 한 달에 40시간 이상 스트리밍을 하는 크리에이터의 경우 광고를 내보내 수익 창출을 할 수 있게 한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직원들은 “이용자들의 관점에서 조금이라도 생각을 해봤다면 이용자들이 광고를 얼마나 거슬려하는지 모를 수 없을 것”이라며 “리더십이 실무자들이 변화를 추진하는 것을 꺼려한다”고 말했습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엔터테인먼트 회사, 테크 회사 혹은 그 어딘가


사실 2년째를 맞은 엑소더스는 이 사람이 회사를 떠난 뒤 이뤄졌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공동창업자 케빈 린이 2020년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레이엄 전 총괄은 “그는 보트가 방향을 잃었을 때 이를 되돌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며 “케빈이 떠난 뒤 많은 결정이 가슴보다는 머리에서 이뤄졌다”고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지금의 엑소더스는 물론 트위치 규모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성장통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 후 12년째를 맞은 트위치가 기존의 직원들과 문화를 빠르게 잃는 건 위험 신호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주스트 드루넨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이 같이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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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치는 테크 회사보다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역할을 하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려면 경영진이 크리에이터를 이용자가 아닌 ‘인재(talent)’로 생각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버튼을 만드는 대신 그들의 콘텐츠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 아티스트를 10년 동안 후원하자’, ‘이 배우에게 3편의 영화를 찍게 하자’……. 이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하는 생각이 아닐 겁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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