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대 러시아 제재에 착수하면서 러시아 재벌들의 요트와 빌라, 전용기 등 해외 호화자산을 압류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에서 제재 명단에 오른 러시아 재벌들의 재산 압류가 신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당국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회장과 관련된 여러 척의 요트를 압류했다. 압류된 요트 중에는 길이만 280m에 달하는 호화 요트인 '아모르 베로'호도 포함됐다.
세친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져 있는데, 원래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가 이번에 유럽연합(EU) 제재 명단에도 들어갔다. 프랑스 당국은 요트들이 서둘러 출항하려는 순간 항구를 급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가 출신 재벌로 EU의 제재 명단에 든 미하일 프리드먼은 최근 자신이 공동 설립한 사모펀드를 동결당했다. 독일 여행사 그룹 TUI의 대주주 알렉세이 모르다쇼프는 EU 제재 리스트에 오르고 나서 이사회에서 사임했다. 이에 앞서 독일 당국은 러시아 '철강왕' 알리셰르 우스마노프의 6억달러(약 7000억원) 상당 호화요트를 함부르크의 한 조선소에서 압류하는 등 러시아 인사들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WSJ은 오랫동안 유럽과 미국 등지의 부유촌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해 왔던 러시아 기업인과 공직자, 친정부 성향 언론인, 푸틴 대통령의 친구 등이 각국 당국의 표적이 됐다고 전했다. 미국 법무부는 이들 제재 대상의 재산을 추적하기 위한 전담팀을 구성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날 러시아 엘리트들에 대한 추가 제재와 여행 금지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WSJ은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러시아 엘리트에 대한 자산 압류 조치가 푸틴 대통령의 침공을 저지하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일부 제재 대상은 푸틴 대통령에게 전혀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인사라는 것이다.
또한 WSJ은 역외 조세피난처와 가족·지인 명의를 이용해 자산 소유권이 복잡하게 설정됐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밝히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자산 압류를 위해서는 법적 절차가 필요한데, 여기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의 경우 영장이 있으면 자산을 압류할 수 있지만 이후 법정에서 범죄 관련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면서 WSJ은 서방의 이러한 움직임은 제재 대상이 아닌 러시아 재벌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 구단과 런던 소재 저택을 매각하려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