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동안 해외에서 불법 선물·주식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430억 원을 가로챈 50대 남성이 징역 13년을 확정 받았다. 그는 사이버 도박으로 20억 원 가량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7일 범죄단체조직, 도박공간개설, 업무상횡령,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재산국외도피) 등 14개 혐의로 기소된 이모(57)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범죄 수익 169억 원의 추징 명령도 그대로 유지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씨는 2012년 5월 태국 방콕에서 무허가 선물·주식 거래 사이트를 개설한 후 프로그램 개발, 주식 운용 등 4∼5개 팀을 갖춘 회사를 차렸다. 그는 2017년 10월께까지 이런 웹사이트 13곳을 운영하며 회원 231명에게서 총 430억 원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씨는 2002년부터 사이버 범죄도 저질렀다. 휴대전화 무료 운세상담 사기로 3500여만 원을 챙겨 베트남으로 출국한 뒤 2005년에는 베트남에서, 2007년에는 태국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열어 20억 원 이상을 가로챘다.
그는 외국인 명의의 한국 계좌로 범죄 수익을 송금한 뒤 ‘환치기 방식’으로 태국 계좌에 이체하는 수법으로 169억 원 가량을 해외로 빼돌렸으며, 2020년 검거 전까지 18년 동안 태국과 베트남에 머물며 호화 생활을 즐겼다.
이 씨를 쫓던 수사 당국은 2020년 4월 그를 태국에서 강제 송환해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이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 중 범죄단체조직죄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을 그만둘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무죄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청구와 같은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범죄 수익 몰수나 추징도 명령하지 않았다.
2심은 총 피해 액수가 430억 원에 이르지만 이씨가 범행 기간 투자금 정산을 해줘 피해자들이 예탁금 반환이나 정산금, 복권 당첨금 등 명목으로 일부를 수령한 점과 이씨에게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징역 13년으로 낮췄다. 다만 1심이 재산국외도피죄를 유죄로 인정하고도 도피 재산 가액을 모두 추징하지 않았다며 169억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처벌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