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국제정세 험악해도 중러 전략적 관계 유지"…中 외교부장

러시아 제재·북핵 문제 관련 미국 강력 비판

美 인도·태평양 전략도 "평화·안정 교란" 주장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7일 베이징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화연합.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7일 베이징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화연합.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국제적인 풍운이 아무리 험악해도 중·러는 전략적 관계를 유지해 신시대 포괄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끊임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은 7일 베이징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회의 중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러 관계의 발전은 뚜렷한 역사적 논리를 갖고 있고 강력한 원동력이 있으며 양국 국민의 우의가 반석처럼 튼튼하고 협력의 전망이 매우 넓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으로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이자 전략적 동반자"라고 전제한 뒤 "중·러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 중 하나로 우리의 협력은 양국 국민에게 이익과 복지를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와 안정에도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를 향한 서방의 경제·금융 제재가 이어지는 것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은 냉정과 이성이지, 불난 집에 부채질하며 갈등을 격화시키는 것이 아니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7일 화상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내외신 기자들이 발언을 듣고 있다. 신화연합.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7일 화상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내외신 기자들이 발언을 듣고 있다. 신화연합.


북핵 문제 관련해서는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중국에 병을 고치려면 근본을 고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면 근본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며 "한반도 문제의 '뿌리'는 북한이 직면한 외부의 안보 위협이 장기간 해소되지 않고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공개 성명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적의가 없다고 한 것에 주목한다"며 "다음 단계가 어디로 갈지는 상당 부분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진정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내놓을 것인가, 아니면 한반도 문제를 지정학적 전략의 카드로 계속 사용하려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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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18년 이후 북한이 대화를 위한 긍정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것은 이미 서로 공감대가 형성된 '행동 대(對) 행동' 원칙과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하지 않고 있는 만큼 미국이 제재 완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이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해결하는 실질적 조치를 취하고, 북한과 기본적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한편, '쌍궤병진(북핵 협상과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을 함께 진행하는 것)' 구상과 '단계적 병행 추진'의 원칙에 따라 끊임없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해 나갈 것을 거듭 호소한다"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7일 베이징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화연합.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7일 베이징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화연합.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두고는 ‘인도·태평양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왕 부장은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 주도의 패권체제를 수호하고 아세안 중심의 역내 협력 구도를 훼손해 역내 국가의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해친다"며 "이는 역내 국가들이 평화, 발전, 협력, 상생을 추구하는 데 역행하는 것으로 앞날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파이브 아이즈’, ‘쿼드’, ‘오커스’ 등으로 동맹국가와 영역을 확대하는 것에도 "미국의 전략이 복음이 아니라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교란하는 화근"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왕 부장은 미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화상 정상회담 등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의 체제 변화를 원하지 않으며, 동맹을 강화해 중국에 대항하지 않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면서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은 사실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제로섬 게임식 치열한 경쟁을 하고, 중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 계속해서 공격과 도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양국이 경쟁, 협력, 대항이라는 '3분법' 대신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공영의 '3원칙'으로 미국의 대중정책을 이성적이고 실무적인 정상궤도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를 돌이켜보면 양국은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찾는 것) 정신에 따라 대항 대신 협력을 통해 양국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촉진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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