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美 금리 올리기도 전인데…"이대로면 환율 1300원대도 위협"

[韓경제 듀얼 스파이크 충격파]

■ 환율 1227원…1년9개월來 최고

10거래일만에 35원 단기 급등

13년만에 1300원 돌파 우려

소비자물가는 4%대 진입 전망

한미 통화스와프 가능성도 낮아

美 금리인상땐 금융불안 더 커질듯





한국은행은 요즘 연일 비상이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휴일이 사라졌다. 본부는 물론 해외 사무소 직원들은 24시간 러시아·우크라이나 관련 소식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피로감도 쌓이고 있다. 당장 1년 9개월 만에 원·달러 환율이 1220원을 돌파한 7일에는 1300원도 위태롭다는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를 뛰어넘는 경제·금융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데 묘수가 없다는 게 더 답답하다. 코로나19 당시에는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로 급한 불을 껐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어 금융 불안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2원 90전 오른 1227원 10전으로 마감했다. 지난 2020년 5월 29일(1238원 50전)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집중되자 달러 인덱스가 99를 돌파하는 등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원화는 지난달 21일(1192원 10전) 이후 불과 10거래일 만에 35원 가까이 오르는 등 단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무역수지 악화로 수급 측면에서 달러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연속 적자를 낸 뒤 2월 흑자 전환했으나 8억 4000만 달러로 예년(33억 달러)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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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20만 명을 넘는 등 경기 둔화 우려에 대선 국면에서 재정 확대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의 특성상 국제 유가 상승 영향도 큰 리스크 요인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달러 강세에 두 달 연속 무역적자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 등 수급 측면의 원화 약세 요인이 겹쳤다”고 설명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300원을 넘은 것은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12년 8개월 동안 한 차례도 없었다.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컸던 2020년 3월 19일에도 장중 1296원까지 올랐으나 끝내 1300원을 넘지 못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동시에 영향을 줬지만 이번 사태는 글로벌 교역량이 많고 원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취약한 부분을 건드려 상황이 더 안 좋다”며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환율이 13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과 유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국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국 경제의 둔화로 수출 기대감이 낮아진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되레 커진다.

또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기업은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미 이달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를 낼 가능성이 나오는 실정이다. 환율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는 만큼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통해 생산자 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파급된다. 과거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분석에 따르면 환율은 국제 유가보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환율 상승이 국제 유가 상승과 맞물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10년 만에 4%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제는 환율 급등 현상에도 이렇다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상승 폭이 일시 축소됐을 뿐 흐름 자체가 바뀌지는 않았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어 달러화 선호 추세를 되돌리기 어렵다. 최근 석 달 연속 감소한 외환 보유액은 지난달 말 4617억 7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2억 4000만 달러 늘었지만 최근 강달러로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물가는 오르고 달러 강세에 경기는 위축돼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다”며 “통화 스와프 체결 가능성은 이번 사태로 달러 유동성 공급이 얼어붙는지 봐야 알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영향이 나타났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환율이 너무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업에 점차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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