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국제체조연맹(FIG) 기계체조 월드컵 시상식이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동메달을 획득한 러시아 체조 선수 이반 쿨리아크가 'Z' 표지가 부착된 유니폼을 입고 시상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FIG는 쿨리아크에 대한 징계 절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쿨리아크의 행동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Z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표지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달 중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집결했을 때다. 당시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에 Z가 부착돼 있어 궁금증을 낳았다.
이후 이 표지는 러시아 전역에서 이번 전쟁을 지지하는 상징으로 쓰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광고판은 물론 러시아 내 자동차와 친정부 집회, 심지어는 어린이 병원에도 이 상징이 등장했다고 이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수백 명의 러시아인이 국기와 Z 깃발을 흔들며 "러시아"와 "푸틴"을 외치는 영상이 대거 올라와 있다. 러시아 매체도 Z 홍보에 앞장섰다. 국영 방송 RT는 Z가 적힌 티셔츠를 판매하기까지 한다. 한 러시아 관료는 현지 국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Z는 국민의 단결을 상징한다"며 "군대와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지지를 뜻하고 지금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를 단결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Z의 기원을 두고는 여러 설(說)이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러시아어로 '서쪽'을 의미하는 'ZAPAD'의 앞글자에서 따왔다는 주장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해 서쪽에 주둔하는 과정에서 Z가 침공을 상징하는 표지가 됐다는 설이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무기 식별을 위한 단순 표지라는 설도 있다. 포춘에 따르면 미국 군사 전문지 태스크앤퍼포즈는 "러시아의 주력 전차인 T-72와 우크라이나의 T-80이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면서 Z는 양측의 군사 장비를 구별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이름에서 차용했다는 보는 사람도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의도적으로 Z를 이번 전쟁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 분석가인 바실리 가토프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는 분명히 국가가 만들어낸 밈"이라며 밈이 인기를 끄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돈을 주고 소셜미디어상에 이를 퍼뜨리는 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