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英언론 “韓 대선후보들 ‘이대남’에만 매달려…젠더갈등 조장”

"누가 청와대 차지하든 반페미니즘 반발은 중요과제 될것"

시민단체 ‘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소속 활동가들이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시민단체 ‘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소속 활동가들이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유력 후보 2명이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한국 대선에서 여성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외신의 지적이 나왔다. BBC·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8일(현지시간) 한국이 선진국 중 여성인권 최하 수준인데도 젊은 남성 표심을 잡겠다며 '반페미니즘'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고 조명했다.



BBC는 "젊은 여성의 고통이 이번 선거에서 전면적으로 무시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도 하루 전 보도에서 "두 후보가 '젊은 남성 유권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매체는 이번 한국의 대선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가 대선의 전면에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대남을 겨냥한 윤석열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이런 흐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가디언은 “윤 후보의 이런 공약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강하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대표를 하버드대 출신의 '남성 인권 옹호가'로 소개했다. 이 대표가 '여성 할당제'를 비판하고 여성 친화 정책을 '(남성에 대한) 역차별'로 공격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도 '자칭 페미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의 후임을 노리고 있지만 '남성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여가부 폐지에는 반대한다면서도 부처 이름에서 '여성'을 떼려 한다는 점, '페미니즘 편향성'을 이유로 모 언론사의 유튜브 채널과 인터뷰 약속을 취소한 점도 언급했다.

두 언론은 성별 임금 격차, 여성의 고위직 진출 비율 등을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의 여성 인권 상황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나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디언은 2021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젠더격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평등지수 순위는 156개국 중 102위라고 지적했다. 이는 일자리, 교육, 보건, 정치 진출 등 분야에서 성별간 차이를 지수로 산출한 자료다.

관련기사



두 언론은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가 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하다고도 꼬집었다. 또 19%에 그친 여성 국회의원 비율, 5%에 그친 기업 여성임원 비율 등도 취약한 여성 인권 상황의 근거로 거론됐다.

가디언은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시키기 어려운 한국 여성의 상황이 역대 최저 수준의 출산율(2020년 기준 0.81명)로 드러나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특히 성범죄 처벌이 미약하다고 BBC는 비판했다. 지난 10년간 성범죄자 가운데 28%만 실형을 선고받았고, 41.4%는 보호관찰을, 30% 정도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페미니즘은 강력한 백래시에 직면했다고 두 언론은 분석했다.

한국의 젊은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평등'을 위한 싸움으로 보지 않고 '역차별'을 조장하며 남성의 일자리와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는 운동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서 젊은 남성의 79%가 "성별 때문에 차별받았다"고 느꼈다고 응답했다는 결과도 거론됐다.

한국의 여성계는 이른바 '몰카', 불법 촬영물에 대한 제재를 끌어내고 잠재적 대권주자였던 고위 인사의 성범죄까지 폭로해 아시아의 '미투 운동'을 주도했다고 BBC는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당시의 '나도 당했다'(Me Too)는 여성의 함성이 '내가 먼저다'(Me First)라는 남성의 외침에 묻히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20대 여성은 가디언에 "우리는 투표권이 없는 것처럼 취급당하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쉬운 길을 가려 한다. 진짜 문제를 파고들어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이에 BBC는 "누가 청와대를 차지하든 반페미니즘 백래시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진현 인턴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