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푸틴에게 고통줄 것" 美 , 러시아 원유·가스 수입 금지 '극약처방'

국제유가 요동칠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AP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 천연가스, 석탄 등의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기존 계약된 물량은 배송을 중단하고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신규 투자도 차단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경제를 더 강하게 옥죄고,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전쟁 자금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미국이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아껴두던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를 꺼내들면서 국제유가는 더욱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방침을 직접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쟁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일원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전쟁 자금 확보 능력에 "또다른 강력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 후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의 수입 금지 대상에는 러시아산 원유는 물론, 가스와 석탄까지 포함된다. 아울러 외국 기업이 러시아에서 에너지 생산을 위해 투자하는 데 있어 미국인이 자금을 대는 것도 금지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천연가스와 원유 수출로 9조1,000억 루블(약 1.19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러시아 전체 예산의 36%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규모다.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없었다면 우크라이나 침공도 불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019년 3월 26일 독일 북동부 도시 루브민에서 촬영한 '노르트 스트림-2' 부설공사 현장의 가스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와 독일 간 천연가스관 연결사업인 노르트 스트림-2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2019년 3월 26일 독일 북동부 도시 루브민에서 촬영한 '노르트 스트림-2' 부설공사 현장의 가스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와 독일 간 천연가스관 연결사업인 노르트 스트림-2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다만 이번 조처는 미국이 독자적으로 취한 것으로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라면서도, 많은 동맹이 동참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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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에 앞서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해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유럽에 난방·이동·전력·산업을 위한 에너지 공급은 현재로서는 어떤 다른 방식으로 보장될 수 없다”면서 러시아산 에너지 외에는 대안이 없음을 지적했다.

실제 미국의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 비중은 약 3%이고 석유제품까지 포함할 경우 8%가량이지만, 유럽의 경우 가스 40%, 원유 25% 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번 조처로 인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를 지키는데는 비용이 든다”고 호소했다.

또 푸틴 대통령의 행위에서 촉발된 가격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한 뒤 이번 전쟁은 석유회사가 이익을 챙기는 구실이 돼선 안 된다면서 과도한 가격 인상에 나서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요구해온 미국 내 에너지 생산 증대를 위한 화석연료 규제 완화 등의 조치는 꺼내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연합뉴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연합뉴스


미국의 이번 조처로 인해 국제유가는 역대 최고 기록을 훌쩍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조처가 비록 미국의 독자 제재라고는 하나, 석유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의 제재 전부터 러시아산 원유 기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체 공급원을 찾으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국제유가는 극도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JP모건은 러시아산 원유 공급 차질이 올해 내내 계속된다는 전제하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대부분 차단될 것이란 점을 전제로 배럴당 200달러까지 예상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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