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만 표 차의 신승을 거둔 것은 선거 기간 내내 여론조사 참여에 소극적이었던 2030 여성의 막판 결집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인천의 엇갈린 표심이 초박빙 승부를 낳은 원인으로 꼽힌다. 중도층 역시 어느 한쪽에 마음을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KBS·MBC·SBS 지상파 방송 3사가 실시한 출구조사를 보면 20대 여성의 58%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선택했고 윤 당선인은 33.8%에 그쳤다. 반대로 20대 남성은 윤 당선인 지지도가 58.7%에 달했지만 이 후보는 36.3%였다. 추정 투표율은 20대 여성이 68.4%로 20대 남성 62.6%보다 오히려 높았다.
20대 여성은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특정 후보 지지 성향을 보이지 않았지만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기고 결집했다는 분석이다. 지지 후보를 오랜 기간 고민했던 이들의 복잡한 심경은 방송 3사가 실시한 심층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번 대선에서 어떤 점에 중점을 뒀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5.5%는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원해서’라고 답했다. ‘싫어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투표했다는 답변은 29.4%였다.
다만 연령별로는 편차가 컸다. 특히 20대(18·19세 포함)의 50%는 ‘싫어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투표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30대 50.8% △40대 65.7% △50대 65.7% △60대 이상 81.4% 등 다른 연령대는 모두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원해서’가 우세였다. 전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20대만이 ‘비토’형 투표 행태를 보인 것이다.
최대 승부처였던 수도권 표심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것도 역대급 접전을 만든 요인으로 여겨진다. 부동산 정책 심판 정서에 힘입어 윤 당선인은 서울에서는 승리를 했지만 경기·인천에서는 고전했다. 부동산 심판 여론이 이 지역에서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를 보면 윤 당선인은 서울에서 득표율 50.56%로 325만 5747표를 얻어 이 후보(45.73%·294만 4981표)를 약 31만 표 앞섰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이 서울 민심 이탈을 불러온 덕분이다. 윤 당선인은 강남 3구로 불리는 강남(67.01%), 서초(65.13%), 송파(56.76%)에서 표 차를 크게 벌렸다. 서울 25개 지역구 중 14개 구에서 이 후보를 앞섰다. 이번 대선과 같이 양 진영이 총결집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강남 3구와 강동·용산 등 5개 구에서만 승리했던 것과 대조된다.
반면 윤 당선인은 서울보다 유권자 수가 1.4배 많은 경기도에서는 이 후보에게 밀렸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 중에서 이 후보는 23곳에서 승리했다. 윤 당선인은 북한과 인접하고 고령 인구가 많아 보수 색채가 강한 경기 포천·연천·양평·가평·여주·이천과 용인, 아파트 밀집지역인 과천 등 8개 시군에서만 이 후보를 앞섰다.
민심 풍향계로 여겨지는 인천에서도 윤 당선인은 다소 고전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인천 득표율은 47%로 이 후보가 획득한 48.91%보다 낮았다. 인천은 대선 때마다 지역 득표율이 전국 득표율과 가장 비슷해 ‘민심 풍향계’로 불린다. 2012년 18대 대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과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인천 득표율이 전국 득표율과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일치했을 정도였다.
정치권에서는 여당 프리미엄을 활용해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확대 등 대형 개발 공약을 내놓은 것이 일정 부분 경기도 표심을 공략하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GTX-A 노선이 통과하는 고양시와 파주시 등에서는 이 후보가 윤 당선인을 압도했다.
중도층 역시 어느 한쪽에 전폭적인 지지를 몰아주지 않았다. 출구조사 응답자의 정치적 이념 성향을 보면 이 후보를 선택했다는 응답자 중 ‘중도’는 42%였다. 윤 당선인을 뽑았다는 응답자 가운데 중도는 36.5%로 조사됐다. 다만 응답자의 이념 성향은 보수 31.4%, 중도 39.5%, 진보 21.6%로 집계됐다. 보수 29.8%, 중도 41.2%, 진보 29.1%였던 19대 대선 출구조사와 비교하면 ‘진보’ 성향인 응답자의 비율이 감소하고 ‘보수’ 성향 응답자들이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