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슈 리포트] 막 내린 정치의 시간…이제는 경제의 맥을 뛰게 하라

김태기(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 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마지막 골든타임…새 정부의 과제

무분별한 규제·무원칙 선심성 지원은

경제 기둥 허물고 미래세대에 부담 지워

포퓰리즘 깨고 혁신으로 국가번영 최우선

국정운영선 설득·포용의 리더십 보여야

경기침체 속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

美처럼 산업 활력 높이고 세낭비 줄여야

민관과 노사 힘 합쳐 노동 경직성 해소

동맹간 국제공조 강화·자원외교도 시급

김태기 전 단국대 교수김태기 전 단국대 교수





치열했던 20대 대통령 선거전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초박빙 승리로 막을 내렸다.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과열 경쟁으로 부풀려진 공약은 거품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 19 확진자 급증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경제가 후보들이 말한 대로 위험한 상황이기에 더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정치에 입문한 지 몇 달 안 되는 신인이다. 조직이 있거나 재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제1야당의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또 선거 막판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윤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거대 의석을 가진 집권당의 프리미엄에다 거짓 선전 및 흠집 내기 등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윤 후보는 선거에 이력이 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이겼다. 이런 사정들을 고려하면 윤 후보의 당선은 정권 교체를 넘어 정치 교체의 의미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정치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윤 후보의 당선은 586 좌파 운동권 카르텔을 깨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회복한다는 의미가 있다. 경제가 그렇듯이 정치도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소수의 강자들이 담합을 하면 그 피해는 경쟁 무대에서 소외된 약자는 물론 정치의 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 586 좌파 운동권을 중심으로 한 언론·시민 단체와 노동조합의 담합이 강화됐다. 이러면서 권력 실세의 비리와 부패, 위선과 여론 조작, 특권과 무질서가 판친 가운데 공정과 상식은 무너졌다. 경제의 제도와 정책의 결정은 정치의 영역이다. 좌파 카르텔 정치는 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다수는 포퓰리즘의 유혹을 거부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으로 시작해 코로나19 방역과 지원에 이르기까지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민을 현혹했다. 하지만 선거에서 이기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을 편 가르고 약자를 위하는 척만 할 뿐 원칙이 없어 혼란을 자초하는 문제가 포퓰리즘에 원인이 있음을 알게 됐다. 어떤 나라든 포퓰리즘은 정부가 가진 법령과 재정, 그리고 행정 권한을 법치주의까지 어기면서 최대한 이용하는 특징을 보인다. 자신을 지지하는 집단에 특혜를 주기 위해 예사로 공공의 이익을 훼손한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범을 무시하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정책 심의 기구를 정권의 입맛대로 흔든다. 이런 문제들이 한국 경제를 병들게 만든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경제활동의 자유를 억누르는 무분별한 규제와 세금을 낭비하는 무원칙한 선심성 지원은 경제의 기둥을 허물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모순을 일으켰다. 법치주의가 흔들리면서 사회는 신뢰가 부족해졌고 혁신은 그만큼 둔화했다. 또 생산성이 향상되지 못해 임금이 올라가기 어려웠고 소득 재분배를 할 재원은 줄고 국가 부채가 급속도로 늘었다. 지난 5년 사이 역사상 유례 없이 정부가 재정을 투입했으나 경제성장의 잠재력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일자리 예산을 2배 늘렸으나 실제 실업률은 2배 이상 증가했고 소득 재분배를 강화했으나 불평등이 악화했다. 결국 복지의 지속 가능성은 멀어져갔다.




공정과 상식은 윤 당선인이 내세운 시대정신으로 좌파 운동권 카르텔과 포퓰리즘을 깨는 가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이 윤 당선인에 기대하는 가치는 그 이상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식이 아니라 일반 사람도 동의할 수 있는 공정과 상식이 돼야 한다. 정치 진영에 따라 분열돼 있고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황이기에 공정과 상식은 통용될 수 있는 가치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윤 당선인은 국민통합정부를 넘어서 설득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국가의 번영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그 방법이 공정하고 상식에 맞으면 야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 경쟁자의 공약이 좋다면 과감하게 수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 후보의 5대 경제 강국, 국민소득 5만 달러, 코스피지수 5000(5·5·5) 공약 등은 윤 당선인의 성장 잠재력 2배 공약과 방향이 비슷하고 방법론만 차이가 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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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운영 방식의 변화에 대해서도 야당과 공감대를 모을 필요가 있다. 윤 후보는 정부 중심에서 민간 중심 경제로 전환한다고 했는데, 이 후보도 민간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의 권한 분산이나 디지털 기술의 국정 활용도 마찬가지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를 없애고 대통령실은 소수 정예화하며 민관합동위원회를 만들어 이슈별로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또 책임장관제로 부처의 사기를 높이고 부처 간 협의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문제를 선제적으로 찾고 해결하며 정책을 과학화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제왕적 대통령이 누렸던 권한을 축소하고 정책도 투명화하는 것이기에 야당이 반대한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 뿐이다.

경제문제는 여야가 협치할수록 해결이 쉬워진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최대 과제가 될지 모르는 경기 침체 속의 인플레이션, 즉 스태그플레이션 문제를 대처하는 데도 그렇다. 원유·가스에다 희귀 자원까지 공급에 차질이 생겨 가격이 급등했는데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스태그플레이션은 최대의 난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개혁의 로드맵과 컨틴전시플랜(비상 상황 계획)을 모두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개혁의 의지를 후퇴시켜서 안 된다. 지난 1970년대 석유 위기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럽은 컨틴전시플랜으로 버티다 실업은 악화하면서 장기화됐다. 섣부른 재정금융정책에 가격과 임금 통제 등 소득 정책에 매달리다 자원의 흐름만 왜곡된 것이다. 결국에 국가 부채가 많아지면서 재정 위기에 시달렸고 사회민주주의 정치 체제마저 무너졌다. 반면 미국은 개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응했다. 산업의 활력은 높이고 세금 낭비는 줄이는 데 치중한 것이다. 그 결과 디지털 전환이 빨라져 1980년대에 인터넷이 급속히 보급됐고 원자력발전도 급증했다. 덕분에 1990년대 들어 일자리와 생산성이 모두 증가하면서 유럽과의 경쟁력 격차를 벌렸다.

일자리와 스태그플레이션 문제 처방에 대해 여야가 경험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의 단기적 처방은 생산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민관과 노사 등 경제주체 간 협력과 노력에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실업이 증가하면서 가격과 임금 상승의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경기 악화에 따른 실업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노동시장에서 정보의 부족과 임금 및 근로시간 제도의 경직성에 따른 실업은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실업의 절반 정도가 정보 부족에 따른 수급 불일치에 기인하고 청년과 여성의 고용은 노동시장 제도에 따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 안보 또한 여야의 협치가 필요하다. 자유무역주의를 추구하는 세계화 대신 자국의 이익이 우선인 시대가 돌아왔다. 경제에 국가 대항전이 벌어지는 양상이 됐기에 경제 안보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세계 각국에 큰 교훈이 되고 있다. 러시아가 에너지자원을 무기화하고 약육강식의 논리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단합해 예상외로 강하게 러시아의 침공에 버티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당하게 된 이유를 여야의 대립과 이로 인한 개혁의 부진에서 찾는다. 자원이 풍부한데도 불구하고 다른 동부 유럽 국가들보다 개혁에 소극적이었고 속도도 느려 국력이 약화하면서 러시아가 허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경제 안보가 취약할 뿐 아니라 이를 보강하기 위한 노력도 미흡하다. 오히려 탈원전 정책과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의 중단, 그리고 일본과의 불필요한 마찰 등은 경제 안보 능력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 한국의 경제 안보 실태를 여야가 공동으로 점검하고 대책을 만드는 것은 정치 발전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김태기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과 대통령 자문 노사정위원회,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등을 지내는 등 노동경제학 전문 학자로 손꼽힌다. 현재는 주요 매체에 실물경제와 경제정책·정치 등에 대한 칼럼을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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