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민심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분전 끝에 고배를 마신 가운데 이 후보를 지지해온 한 온라인 커뮤니티 관리자가 유서를 남기고 연락이 끊겼다가 경찰에 발견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10일 오후 3시쯤 몰왕저수지에서 실종신고가 접수된 온라인 커뮤니티 관리자 A씨를 발견해 가족에 신병을 인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A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해당 커뮤니티에 신변을 비관하는 유서를 올린 채 연락을 끊었다. 이에 가족과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글에서 A씨는 "돌이켜놓고 보면 내가 이곳을 총괄하고 관리해온 것부터가 과분한 일이었다"면서 "나 같은 지지자들이 마음 놓고 마음 편히 얘기할 수 있는 작은 쉼터가 내 계획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거대한 성체가 됐고, 그 거대한 곳을 관리하기엔 부족함이 많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A씨는 "어쩌다보니 예전에도 내 삶에 대한 넋두리를 대충 늘어 놓은 적이 있는데, 그때 겪은 고통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병들어서 영혼 절반이 나가떨어지고 반쪽짜리 상태로 살아 왔다"면서 "이제는 그 절반마저 떨어져 나간 것 같다.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고, 음울함을 떨쳐내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A씨는 또한 "어렸을 땐 민영환과 전태일이 왜 죽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이제야 이해가 된다"면서 "한낱 약한 개개인 인간은 거대한 흐름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기에 자신 스스로를 제물로 내던져서라도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거대한 부정적 흐름을 막고 싶은 심정이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A씨는 "끝으로 아버지, 어머니, 죄송하다. 함께 시골에 내려가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하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정말 죄송하다"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A씨는 이 글을 올린 뒤 전화기가 꺼진 상태로 연락이 두절됐다. A씨가 올린 원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