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급격히 오르면 3~6개월 시차를 두고 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 보는 심리를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는 등 국제유가 충격이 발생한 만큼 미국과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은 제품가격이나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물가 오름세가 확대될 수 있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유가 상승이 주요국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유가 충격 발생 시 1~2분기 시차를 두고 미국과 유로 지역의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유가 충격에 반응하는 정도는 유가 수준이 높을수록, 유가 상승 충격이 지속적일수록 크다는 결론이다. 유가가 30달러 이하일 때는 기대인플레이션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가격이 오르면서 점차 영향이 확대된다. 최대 반응 기준으로 유가가 120달러 이상이면 유가가 10% 상승할 때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은 0.3%포인트, 유로 지역은 0.5%포인트 올랐다.
최근 1년 동안 유가 상승 충격이 없었을 때도 기대인플레이션 반응이 크지 않았지만, 유가 상승 충격이 지속될수록 반응도 크게 나타났다. 특히 최대 반응 기준으로 살펴보면 유가 상승 충격이 4분기 동안 지속될 경우 국제유가가 10% 올랐을 때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유로 지역은 0.6%포인트 올랐다.
문제는 국제유가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기 회복과 공급 차질 등으로 큰 폭 상승했는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된 지정학적 요인이 더해지면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브렌트유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데 그치지 않고 지난 8일 130달러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최근 물가 상승 영향으로 미국과 유로 지역 모두 기대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오른 상태다. 미국은 4.9%로 지난 2008년 2분기 이후 최고이고, 유로 지역은 7.0%로 지난 2008년 3분기 이후 가장 높다.
한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져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요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착되지 못 할 경우 기업의 가격결정, 노동자의 임금협상 등을 통해 글로벌 물가오름세가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