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産銀 이전 반대하려면 성적표로 증명하라"

■ 산은 이전 밀어붙이는 인수위

"구조조정 과정보단 결과를 봐야"

수은·금융공기업도 부산행 검토

HMM 성공사례 외엔 성과 부진

대우조선 등 매각작업 장기화될듯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산은의 구조 조정 성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주요 근거로 원활한 구조 조정을 꼽지만 정작 윤석열 당선인 측에서는 산은의 구조 조정 성과를 두고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에 이어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 본점 이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가뜩이나 지지부진했던 대우조선해양·쌍용자동차 등의 구조 조정 작업도 상당 기간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의 구조 조정을 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산은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기업 구조 조정을 중심으로 정책금융의 역할을 수행해온 노하우·경험 등이 있다”며 “서울 등 수도권에 국내 기업의 대부분이 위치해 있고 국내외 금리 상승 전망에 따라 올여름 이후 부실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수위에 참여한 관계자는 “산은의 구조 조정은 과정보다 결과를 봐야 한다”며 “이전 반대의 이유가 기업 구조 조정이면 설득할 수 있는 성적표로 증명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인수위는 산은뿐 아니라 수출입은행 등의 국책은행과 서울에 본점이 있는 금융 공기업의 부산 이전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동걸 산은 회장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기자 간담회에서 산은의 부산 이전 공약을 놓고 “옮겨봐야 소용없고 소탐대실할 것”이라며 “근본적인 인프라와 기술을 갖춰나가고 금융이 도와줘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몰이해 탓에 지역 정치인들이 잘못된 주장을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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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의 반발에도 당선인과 인수위가 강한 의지를 내보이는 것은 그간 산은이 국내 굵직굵직한 구조 조정을 주도했으나 ‘해결사’라고 하기에는 성과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불승인으로 인해 현대중공업으로 매각이 무산된 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9년 산은이 처음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을 공식화할 당시부터 시장에서는 독과점 우려를 제기했다. 시장에서는 산은이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추진해 양사 모두 천문학적 비용을 날렸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10년 만에 인수자를 찾았으나 1년 넘게 매각을 완료시키지 못한 KDB생명 역시 마찬가지다. 산은은 2009년 KDB생명을 인수해 2014년부터 네 차례의 매각 시도 끝에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에서 JC파트너스가 이미 인수한 MG손해보험의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지 않으면서 매각 작업은 안갯속이다. 쌍용자동차 역시 에디슨모터스와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으나 신사업 계획안 등에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물론 산은의 구조 조정이 모두 실패는 아니다. ‘HMM(현대상선)’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산은 내부에서 자평한다. 2016년 산은이 최대주주가 된 후 산은 등이 내건 용선료 협상, 채무 재조정 등을 회사가 적극 수용해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영업이익인 7조3775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당시 추진할 때만 해도 추후 문제가 될까 걱정이 많은 구조 조정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보면 LG카드에 이어 가장 성공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산은의 지방 이전이 급부상하면서 남아 있는 구조 조정 작업도 당분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산은은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컨설팅을 이달 중 마무리하고 매각 계획 등을 검토할 예정이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산은 내부에서는 이 회장이 구조 조정에 대해 본인이 책임지겠다며 직원들을 독려해온 점을 높이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면서 “새 정부에 따라 회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지영 기자·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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