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일 달러당 1242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충격이 덮쳤던 지난 2020년 5월 25일(1244원 20전)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양상에 따라 13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원 30전 오른 1242원 3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원 오른 1237원으로 출발한 뒤 장중 상승 폭을 확대하면서 결국 1240원 선마저 깨뜨렸다.
환율이 급등한 것은 러시아가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군 합동훈련 시설을 공격했다는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한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99.2까지 올랐다.
러시아가 오는 16일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도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러시아는 제재를 완화하면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30일 유예 기간을 감안하면 다음 달 중순 공식 디폴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 우려도 달러 강세 요인이다. 주요 분석 기관은 3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1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연준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 확실한 상태다.
시장 악재가 겹치면서 환율이 코로나19 충격을 받았던 2020년 당시보다 더 오를지도 관심이다. 당시 환율은 3월 19일 장중 1296원(종가 1285원 70전)까지 오른 바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230원 상단 저항선 붕괴 후 환율이 125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심리적 기대감이 조성돼 있는 만큼 당분간 매수 쏠림 현상은 벗어나기 어려운 흐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