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자의 눈] 감기약 수급난에 또 한발 늦은 정부

이재명 바이오부 기자






“이미 한 달 전부터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면서 시장 수급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생산을 더 늘리라고 합니다. 무리한 투자로 인한 후유증을 정부가 대신 책임져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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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0만 명대를 기록하면서 재택치료 환자가 16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해열제·감기약 품절 현상이 나타나자 보건 당국이 부랴부랴 감기약 수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생산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약 업계에 앞으로 매주 월요일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에 대해 생산·수입·판매·재고량을 보고하라면서 생산 독려를 시작했다. 하지만 ‘뒷북 대책’이라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지난달 ‘셀프 치료’로 방역 체제가 전환된 뒤 시중 약국들은 이미 한 달여째 해열제·감기약 수요 폭증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급 물량 부족에 따른 단순 품절 대란은 한고비 지났고 이제는 지역별 유통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제약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여러 차례 보건 당국과의 간담회에서 감기약 공급을 늘리기 위한 일시적 주 52시간제 폐지, 의약품 원료 수급 지원 등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도움은 없었다”며 “이번 사태는 단기 과열 현상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인력 충원이나 증설에 투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제약 업계가 정부의 감기약 생산 독려에 특히 난색을 보이는 것은 마스크와 진단키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마스크 대란을 겪으며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잔여 물량은 정부가 책임지겠다”며 증산을 주문했지만 돌아온 것은 연쇄 공장 폐업이었다. 자가진단키트도 수급 대란 속에 뒤늦게 수출을 제한하고 가격을 통제해 중소 제조사는 오히려 판로가 축소됐다. 4개에 불과했던 허가 진단키트 제품은 갑작스럽게 두 배 늘어나 품질 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반복되는 뒷북 대책에 오죽하면 기업들 사이에서 “정부에 협조하면 사업이 힘들어진다”는 푸념마저 나올까. 계속해서 실패를 반복하는 정부를 국민들이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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