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상장사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하는 가운데 올해는 대주주·경영진과 주주들 사이 한 판 표 대결이 펼쳐지는 주총장이 여느 때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운용사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도 권리 보호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짐에 따라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선 주주들의 반란도 예년과는 달리 힘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5일 금융투자 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28일로 예정된 SK케미칼의 주총에 전운이 감돈다. SK케미칼의 주주이자 사모펀드 운용사인 안다자산운용은 이날 회사 주주들에게 회사가 제안한 배당안과 사내이사 선임안 등에 반대표를 행사하기 위해 주주들의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한다는 제안을 공시했다. 앞서 운용사 측은 SK케미칼의 배당 증대와 소액주주 권리 제고를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의 주주 제안도 발송한 바 있다. 박철홍 안다자산운용 ESG투자본부 대표는 “SK케미칼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해외 경쟁사와 국내 주요 상장사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은 배당률을 유지하는 등 다수 주주들에 대한 이익 환원을 도외시하고 있다”며 “SK케미칼의 배당 성향 확대는 물론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주주분들께서 의결권을 위임해주시거나 직접 투표해주시기를 촉구하는 바”라고 밝혔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도 31일 정기 주총에서 소수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와 표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스엠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기업 가치 향상이 필요하다며 신규 감사 선임을 제안했고 에스엠 역시 다른 후보를 추천하며 맞섰다. 얼라인 측은 에스엠이 이수만 회장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 20년 넘게 지속 중인 프로듀서 용역 계약을 종료해야 한다고도 강조하고 있어 표 대결의 향방이 주목된다.
이 밖에도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조오양과 토비스·상상인 등의 상장사에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제안을 하며 주주권을 행사했고, VIP자산운용도 5% 이상 지분을 보유 중인 한라홀딩스에 배당 확대와 주주 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주주 제안을 한 바 있다. 23일 주총을 앞둔 대한항공그룹의 지주사 한진칼 역시 과거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가 제안한 정관 변경과 사외이사 후보 선임 등을 두고 표 대결을 펼친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반란이 당장 주총 표 대결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지라도 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