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이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 증설에 1조원을 투자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웨이퍼 수요 급증에 대응하며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분야에 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도 과감한 투자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실트론은 본사가 위치한 구미국가산업단지 3공단에 3년간 총 1조495억원을 투입해 최첨단 반도체 웨이퍼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이를 위해 전날 이사회를 열고 300mm 웨이퍼 증설 투자를 위한 예산안을 결의했다. 공장 증설 부지 규모는 4만2716㎡(약 1만2922평)로 올해 상반기 기초공사를 시작해 2024년 상반기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한다. 장용호 SK실트론 사장은 “이번 증설 투자는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민첩한 대응을 위한 도전적인 투자”라며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과의 협업을 통한 기술 혁신으로 고품질의 웨이퍼 제조 역량을 갖춰 글로벌 웨이퍼 업계의 리더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SK실트론은 이번 증설을 통해 1000명 이상의 직원을 채용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의 웨이퍼 수요 급증과 고객사의 공급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며 “구미 지역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이퍼는 반도체의 기판을 만들기 위한 핵심 소재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생산이 크게 늘면 웨이퍼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지난 1월 미국 상무부는 150여개 반도체 공급망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반도체 부족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웨이퍼의 공급 부족을 꼽기도 했다. 업계에선 적어도 2026년까지 웨이퍼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웨이퍼 시장은 매출액 기준으로 전 세계 주요 5개 제조사가 점유율 94%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국내 기업은 SK실트론이 유일하다.
SK실트론은 이 같은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이번 대규모 증설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SK실트론은 수요 증가로 지난 2년 동안 매월 최대 물량을 생산 중이다. 구미 공장 외에 미국에서도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SK실트론의 미국 자회사 SK실트론CSS은 지난해 11월 향후 5년 간 6억달러(약 7400억원)를 투입해 미시간주에서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 공장 증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실트론의 대규모 투자에는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실트론은 2017년 LG그룹에서 SK그룹으로 인수된 후 12인치 웨이퍼 투자가 이뤄지면서 본격적인 성장 궤도를 그렸다. 1조원 아래에서 정체됐던 매출액은 SK그룹 편입 이후 꾸준히 증가하면서 2020년 기준 1조7006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2494억원을 시현했다. SK실트론의 SiC 웨이퍼 증설은 최 회장이 강조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일환이기도 하다. 실제 최 회장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SK그룹은 친환경 사업에 850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며 전기차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SK실트론의 SiC 웨이퍼를 사례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