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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 유상증자 반대'…SM엔터 인수 앞둔 카카오 경계하는 소액주주 [시그널]

대주주 지분 산 뒤 증자로 주당 인수가 낮춰

경영권 프리미엄 인정 않는 새 정부 공약 주목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와 매각 협상 중인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SM)를 향해 소액주주들이 매각 후 유상증자를 경계하고 나섰다. 카카오엔터가 SM 최대 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회장) 지분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해 비싸게 산 뒤, 이를 벌충하기 위해 이보다 싸게 유상증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새 정부의 대선 공약에 소액주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열었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정책의 방향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SM엔터 소액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는 16일 “카카오엔터는 SM의 대주주 지분(약 19%)만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인수한 뒤 낮은 인수 지분을 보완하기 위해 SM에 대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시도할 것”이라면서 “이 경우 주당순이익이 희석되며 기존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얼라인 측은 카카오엔터가 SM을 인수한 직후엔 이수만 회장 관련 일감몰아주기가 해소되어 7만 9800원 수준인 SM 주가가 9만 96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카카오엔터가 3000억원을 유상증자하면 주당순이익이 줄어들며 주가는 8만 5900원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들은 SM이 차입금보다 현금이 더 많은 순현금 기업이고 경쟁사 중 순현금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에 경영상의 이유로는 유상증자를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소수주주는 SM이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이를 막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엔터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시가보다 두 배 높은 가격에 인수한 뒤 3000억 원 가량 유상증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9%의 지분율로는 상장사를 경영하는데 수월하지 않고, 주당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유상증자를 거쳐 주당 인수가를 낮추고 최소 30%까지 지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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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국내 경영권 거래에서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만 비싼 값에 산 뒤 이보다 낮은 가격에 유상증자를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며, 대주주 지분 인수시 소수 주주 지분도 같은 가격에 인수하도록 하고 있다. 주주간 권리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되고 소수 주주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공약에 경영권 변동 시 피인수 기업 주주에 주식매수 청구권을 주도록 했다.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되면 궁극적으로는 통상 대주주의 지분 인수 시 경영권 확보 댓가로 시가의 30%를 얹어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도입되면 경영권 매각 시 프리미엄을 인정받을 수 없다”면서 “기업을 팔려는 측은 그 전에 매각하려고 할 것이고 사모펀드(PEF) 등 인수하려는 측은 프리미엄을 주고 사더라도 팔 때 유명무실해 지므로 M&A 거래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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