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서울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이하 DMC)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를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 ‘어벤져스’를 비롯해 많은 영화와 미디어의 배경 그리고 TV의 연말 시상식으로 알려진 상암 DMC에서 최첨단 기술과 미래의 삶을 상징하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시작되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20세기 말 세계 주요 도시에서 미래 전략 사업으로 추진돼온 많은 미디어 도시 계획 중 상암 DMC는 거의 유일하게 실현된 프로젝트다. 더욱이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변의 아무것도 없던 열악한 공간을 서울시의 대표적 혁신과 창조의 장소로 변화시켜 상암 DMC를 디지털 미디어 문명과 K컬처의 거점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드라마라는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계획이 시작되던 당시는 미국의 휴대폰(모토로라)과 일본의 TV(소니)가 최고의 제품이던 시대였다. 우리나라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찾아내 그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 전문가들과 서울시의 비전 설정은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IMF 금융위기의 암울하고 혹독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야심 찬 계획으로 상암 DMC 사업이 시작됐다. 어려움 속에서 디지털 미디어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도시계획과 산업 경제 분야의 융합, 지방정부와 기업의 역할 분담, 기업들의 자율적 협력의 결과가 오늘날의 상암 DMC다. 2002년 월드컵과 함께 시작된 이 사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상암 DMC는 현재 가장 작은 면적에서 가장 많은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장소다. 지상파 방송국 등 전통적인 미디어와 뉴미디어, 미디어·정비기술(IT)·콘텐츠가 융합된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1000여 개의 기업, 5만 명이 넘는 인재들이 일하는 미디어로 특화된 도시산업단지다. 미디어 기업과 게임·영화·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교육부터 기획·연구개발(R&D), 제작과 생산·판매의 전 과정을 갖춘 보기 드문 도시 생산 생태계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서울시 세수 측면에서도 투자한 세금의 세 배 이상을 이미 환수하고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지속적인 세수를 창출하고 있어 조세담보금융(TIF)의 몇 안 되는 성공 사례다.
서울이 만든 드라마이자 미래 도시인 상암 DMC가 이제 다른 나라 도시들의 미래가 돼 가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산업과 문화, 자율주행차의 시범 주행으로 우리나라 도시와 산업이 추격(fast follower)에서 선도(first mover)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상암 DMC에서 입증하고 있다.
상암 DMC는 앞으로도 거침없는 창조적 시도와 도전이 가능한 미래 산업의 엔진 그리고 인재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플랫폼으로서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다시 한번 서울시와 이곳 기업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20년을 맞는 상암 DMC의 경험과 위상을 고려할 때 미래 미디어 문명의 발원지와 문화의 발신지가 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