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62세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 나는 영원한 청춘입니다”

■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 저자 임택

이른 결혼과 출산으로 여행작가의 꿈 접어

50살 인생을 이야기하는 여행작가 되기로 결심

최근 당나귀와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다녀와

어린이가 읽을 수 있는 여행기 쓰고 있어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 저자 임택(가운데)/사진=임택<마을버스 세계를 가다> 저자 임택(가운데)/사진=임택




딱 50살까지였다.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의 저자 임택 씨의 꿈은 여행작가였다. 그러나 이른 결혼으로 아이가 태어나면서 그는 가장이 됐고 그 꿈을 접어야 했다. 그때 임 씨는 아내에게 “딱 50살까지만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50살부터는 여행작가로 살겠노라”고 말했다. 갓 서른을 넘어섰던 그때 50살은 평생 가도 오지 않을 나이 같았다.



이제 60살의 문턱을 넘어선 임택 씨는 어엿한 여행작가로 인생 2막을 펼쳐나가고 있다. 초록색 마을버스와 함께한 그의 첫 번째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여행을 다녀와 낸 책인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TV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임 씨는 인생 2막에 자신이 그렇게 꿈꾸던 여행작가가 될 수 있었던 데는 “평생 가슴에 ‘여행작가’라는 꿈을 품고 살았던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인생 1막을 결코 허투루 살 수 없었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해 50살이 되기 전에 경제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년의 도전은 청년과 달리 성공확률이 높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 5060세대들에게 인생 2막을 위해 도전하라고 말한다. 그 역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고 있다. 3개월간의 스페인 산티에고 순례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글쓰기에 여념이 없다는 임택 씨를 만났다.

- 반갑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요즘 매우 바쁘게 지내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 1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쓰고 있다. 간간이 팬들과 국내 여행을 다니며, 다음 여행도 계획 중이다.”

- 이 시대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니 부러우면서도 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럼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에 이은 두 번째 책이 나오는 건가.

“책은 80% 정도 완성됐다. 그런데 이번에 나오는 책은 기존의 책과 조금 다르다. 초등학생이 읽을 수 있는 동화로 여행기를 쓰려 한다.”

- 동화라니 생각지도 못했다. 동화를 쓰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나.

“항상 글쓰기 작업을 도서관에서 한다. 하루는 종로 도서관에 글을 쓰러 갔는데, 시험 기간이라 그런지 앉을 자리가 없더라. 도서관을 나와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종로 어린이도서관이 눈에 들어오더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갔더니 어른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해 그때부터 그곳을 종종 이용했다. 낮에는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 있어 무척 조용해 글 작업하기에 너무 좋다. 그곳의 책들을 살펴보다 동화로 된 여행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린이들은 다양한 책을 읽을 권리가 있는데, 여행기가 없다니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린이를 위한 여행기를 기획하게 됐다.”

- 어린이도서관에 가서 글을 쓰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멋지다. 그럼 동화의 배경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정한 건가.

“처음에 장소부터 정한 건 아니었다. 동화다보니 어린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다 당나귀와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기도 이천에 있는 당나귀 체험 농장을 1년 동안 다니면서 당나귀에 대한 공부를 했다.”

- 당나귀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니 이것 역시 새로운 도전인듯한데, 어떤가.

“맞다. 도전이다. 당나귀와 처음한 여행은 여주 강천길이었다. 1박 2일 코스로 걸었는데, 의외로 재미있더라. 다음으로 제주 올레길 여행 계획을 세우고 답사를 했는데, 안되겠더라. 당나귀는 바위가 많으면 걷기 힘든데, 제주도 올레길은 바위가 많다. 또, 당나귀는 작은 소리에 예민한데, 제주도 올레길은 파도 소리가 계속 들려와 당나귀가 걷기에 좋지 않다고 판단해 여행 계획을 중지했다. 그렇게 고민하던 차에 산티아고 순례길 사진을 보게 됐고, 그곳이 당나귀가 걸을 수 있는 길이라고 해 거기로 정했다. 3년간 준비해 지난해 다녀왔다. 당나귀는 현지에서 협찬을 받았다.”

- 당나귀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모습에 현지인들도 관심을 많이 가졌을 듯한데, 어떤가.

“맞다. 그곳 지역 신문사가 14개가 있는데 그중 10곳에서 나와 관련된 기사를 전면에 실을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그런 관심을 받을 거라 생각을 못 했기에 신기함을 넘어선 묘한 감정이 들더라.”

당나귀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임택/사진=임택당나귀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임택/사진=임택


-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졌다. 2017년도에 나온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도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는데, 최근 TV에도 나오지 않았나.

“지난 2월 12일에 TV에 출연한 게 방송됐다. 이후 책이 정신없이 팔리고 있다. 2017년에 출간돼 지금까지 4쇄를 찍었는데, 방송이 나간 뒤로 지금까지 약 한 달간 6쇄를 찍었다. 어느 인터넷 서점에선 내 책을 사려면 15일을 대기해야 하는 일까지 생겼다.”

- ‘마을버스’, ‘당나귀’ 등 여행 컨셉이 특이해 눈에 더 들어온듯하다. 이런 여행을 기획하게 된 이유가 있나.

“사실 생각해보면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여행작가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버는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여행작가가 되는 길을 몰랐다. 일단 여행작가학교라는 곳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작가가 되는 길의 첫발은 내디뎠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었다. 흔히 말하는 여행작가의 길은 이미 기존 여행작가들이 자리를 잘 잡고 있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을 버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한 결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여행작가 되자고 마음먹었다. 그 첫 번째 여행에 인간의 삶과 참 많이 닮아있는 마을버스와 동행하게 된 거다.”


- 요즘 마을버스는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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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에 있다. 내가 요즘 글을 쓰려고 안동에 내려가 있는데, 함께 갔다. 팬들과 함께 여행 갈 때 그 마을버스를 타고 간다. 코로나19 때문에 2년을 미루다 지난주에 오랜만에 팬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주에도 부산으로 갈 예정이다.”

- 이제 곧 봄이다. 여행작가로서 국내 여행지 중 봄에 가면 좋을 만한 여행지 추천해달라.

“개인적으로 경남 창녕 우포를 참 좋아한다. 우포는 생명의 늪이다. 어느 계절에 가도 살아있는 생명을 느낄 수 있다. 이제 곧 봄이니까 그곳에 가면 다양한 봄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 타서 부부가 혹은 친구와 천천히 걸으면 3시간이면 된다. 걷는 길이라 사람도 많지 않아 코로나시대에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 인생 2막에 여행작가로 그 길을 잘 가고 있어서 그런지 인생 1막이 더 궁금해진다. 무슨 일을 했나.

“대학교 3학년까지 여행작가가 꿈이었다. 그런데 3학년이 끝나기 전 결혼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는 첫째가 태어났다. 아내가 은행에 취업해 일하고 있었지만, 가장이었기에 꿈을 밀고 나갈 수 없었다. 둘째가 태어난 뒤로는 아내마저 일을 그만둬 꿈을 접었다. 기업에 취업해 일하면서도 항상 마음이 붕 떠 있었다. 아내도 그런 나를 보며 불안해했다. 그런 아내에게 50살까지 가정을 위해 일하고 그 뒤로는 여행작가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아내가 무척 좋아하더라(웃음).”

- 그럼 한 직장에서 50살까지 일을 한건가.

“그렇지 않다. 성격상 회사 일이 맞지 않았다. 취업한 지 22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도 추세적인 부침이 있었다(웃음). 그런데 기회가 45살쯤 찾아오더라. 파키스탄을 여행하다 소금등을 발견하고는 국내에 들여와 팔았다. 그게 너무 잘됐다. 그때 모든 빚을 청산하고, 집, 상가, 오피스텔 등을 샀다. 50살에 여행작가가 되겠다고 했는데, 48살에 그걸 다 이뤘다. 그때 내가 여행작가가 되겠다고 하니 가족들도 다 좋아하더라.”

- 이쯤되니까 왜 그토록 여행작가가 되고 싶었는지 궁금해진다.

“그 꿈을 이야기할 땐 내 어릴 적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듯하다. 나는 고향이 김포공항 근처 작은 마을이었다. 내 어린 시절엔 전기가 없었는데, 밤이면 뒷동산에 올라가 김포공항 활주로에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을 보는데 유일한 낙이었다. 그때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머니도 나보고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실제로 인생 2막에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됐다(웃음).”

마을버스와 임택(왼쪽)/사진=임택마을버스와 임택(왼쪽)/사진=임택


- 여행하기 전과 후가 달라진 게 있나.

“당연히 있다. 모든 게 달라졌다(웃음). 일단 처음 여행을 떠날 땐, ‘내 이야기를 누가 들어줄까’하는 의문이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그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더라. 게다가 국내 주요 신문에서 나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우리나라가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나 같은 사람이 필요했던 거라는 생각이 든다.”

- 여행작가를 하면서 소득은 꾸준히 발생하나.

“솔직히 인생 1막 때보다 벌이가 좋다(웃음). 일예로 내가 강연을 많이 하는데, 강의료가 100만원 이하인 게 없다. 강의를 한 달에 다섯 번만 해도 500만원 아닌가. 그런데 강의만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소득이 훨씬 좋은 편이다.”

- 꾸준히 도전을 하고 있는데, 중년의 도전은 청년의 도전과 다른지 궁금하다.

“다르다. 청년은 사회경험이 부족해 도전하다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자고 생각하지만, 중년은 경험과 연륜이 있어 실패하지 않기 위해 신중한다. 그래서 중년의 도전은 성공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도전은 돈이 들어가는 도전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내가 하면 즐거운 일, 과거 내가 해서 칭찬받았던 일을 떠올려 그 일에 도전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 최근에 여행 말고 도전한 게 있나.

“‘임택TV’라는 유튜브 방송을 최근 시작했다. 스크립트를 직접 쓰며 열심히 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현재 자신의 인생 2막을 평가한다면.

“하하하…. 이제 막 시작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아내의 평가를 빌자면 지금까지 당신이 한 것 중 제일 잘했다고 하더라(웃음).


정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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