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 세 명 중 한 명이 안철수 위원장이 추천한 인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막판 극적인 단일화 타결로 양 당이 국정 운영 방향과 철학에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인수위의 주요 보직에 안철수계 인물이 대거 등용되면서 공동정부 수립 약속이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인선이 완료된 총 24명의 인수위원 중 8명이 안철수 캠프 인사거나 안 위원장이 적극 민 인물이었다. 가장 먼저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인수위 업무의 뼈대를 만드는 기획조정분과 위원으로 들어갔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해 최전선에서 물밑 협상을 벌인 대표적인 ‘안철수 사람’이다.
이날 사회복지문화분과 위원으로 합류한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안 위원장의 복심으로 꼽힌다. 18대 대선 안철수 캠프의 비서실 팀장을 맡으며 안 위원장과 인연이 깊은 김 부시장은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안 위원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룬 단일화 조건에 따라 지난 1년간 서울시 부시장으로 활동해왔다. ‘물리학자’라는 특별한 이력으로 인수위 대변인 겸 위원에 깜짝 기용된 신용현 전 국민의당 의원도 일명 ‘안철수맨’이다. 신 전 의원은 안 위원장의 천거를 통해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고 지난 대선 안철수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다.
안 위원장이 지목한 전문가 5명도 인수위원으로 등용됐다. 경제2분과 위원으로 발탁된 ‘국내 첫 우주인’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유웅환 전 SK 혁신그룹장은 안 위원장이 영입에 각별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사회복지문화분과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 △과학기술교육분과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경제1분과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도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은 인선 과정에서 전문성에 초점을 두고 후보를 추렸고 합의 과정에서 이견이 원만히 조율되면서 선거일(3월 9일) 이후 8일 만에 인수위 진용을 완성하게 됐다. 총 7개 분과 간사는 전부 윤 당선인 측의 인사가 맡게 됐지만 이로 인한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색채가 또렷한 외교안보 인사에는 윤 당선인의 측근을 앉히고 과학기술 분야에는 탈이념적인 안 위원장의 인사가 전면 배치돼 인수위의 실용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안 위원장의 추천 인사가 주요 부문에 중용되면서 공동정부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는 모습”이라며 “새 정부의 확장성 도모를 위해 안 위원장에 대한 예우를 소홀히 할 수 없고 윤 당선인의 정치적 빚이 적은 점도 균형 있고 빠른 인선의 배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