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외로웠다/ 가지 끝에 붙어서 흔들리다가/ 속으로 우는 것은 내 몫이었다/…떨어지는 날까지 꼿꼿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는 나는 이제 감이 아니다/ 초(醋)가 되도록 육신을 휘날리며/ 외로움의 새로 날아갈/ 그래서 까치밥이다.” (수록시 ‘까치밥’ 중에서)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고, 이듬해 한길문학의 시집 ‘그대들 사는 세상’으로 등단한 시인 김판용이 30년 만에 신작 시집 ‘더러, 사랑이기 전에’를 출간했다. 교단생활을 하며 남다른 시선으로 시를 쓰면서, 꽃사진의 사진작가로도 명성을 높여온 시인이다. 그는 지독한 외로움을 지닌 화자가 참담한 고통을 온몸으로 이겨내는 모습을 이른 봄 개화한 꽃 이미지에 투사했다. 시인은 “선홍의 피를 보이며/ 아무렇지도 않게 등 돌리고픈” 동백, “마른 가지 갈리는 바람에/ 살갗을 틔우며/ 새 세상 열어 깨우는” 목련, “고산 바위에 붙어살기에/ 뿌리 뻗을 수 없어/ 발가락을 바위틈에 오므려 붙이고” 핀 바위떡풀꽃을 비롯해 초롱꽃,괭이밥,달배기,하늘매발톱꽃 등을 시에 담았다. 세심하게 관찰한 꽃들의 이름에 삶의 지혜와 연륜, 그리움과 위로가 얹혔다.
시인인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속으로 남모르게 우는 그리움의 겨울노래가 김판용의 시”라고 말했다.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