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조직 개편 시 가상자산 전담 장관급 부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석열 당선인이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을 공약했지만 그보다 격상된 전담 부처를 신설해 가상자산 산업 진흥에 초점을 둬야한다는 것이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은 17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차기정부 디지털자산 정책 및 공약이행 방향' 정책포럼에서 "디지털자산진흥청이라는 명칭으로만 볼 때 소관부처 산하의 청 지위를 지니거나 금융감독원처럼 무자본 특수 법인처럼 될 수 있다"며 "디지털 경제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디지털자산위원회'가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학회장은 "디지털산업진흥청이 금융위원회 소관으로 만들어지거나, 또는 자본시장법을 일부 개정해 시행할 경우 가상자산 산업은 과도한 규제로 인해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가상자산의 금융적 속성만 강조한 채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을 금융이 아닌 별도의 영역으로 보고 가상자산 진흥과 규제를 전담할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디지털자산 산업은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산업이므로 기존 잣대로 재단하기 어렵다"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처럼 네거티브 규제 정책을 통해 산업 육성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가상자산의 특성을 고려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화 ▲분산원장화 ▲국제화라는 가상자산의 세 가지 특성을 규제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분산원장화 관련해서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가 탈중앙화, 보안성, 효율성 등의 장점을 억제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투자정보 불충분, 불공정 거래 규제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암호화폐 백서가 모두 영어로 돼있고, 공시도 전혀 강제화돼 있지 않아 투자 정보가 굉장히 불충분한 실정"이라며 "공공백서 발행과 투자 정보 공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된 위메이드의 미공시 매도 행위와 유사한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도한 규제로 비난 받는 은행 실명확인 계좌 발급 조건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지열 프로비트 AML 담당 이사는 "트래블룰이 시행되면서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발급은 더이상 존재 의미가 없어졌다"며 "실명계좌 조항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자발적인 국내 신고를 막는 독소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법 제정에 앞서 기본적인 용어와 목적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은 "업권법을 제정하기에 앞서 그 목적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먼저"라며 "전문가들과 지혜를 합쳐 하나하나 각론을 정립해 나가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한편 이수환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조사관은 "가상자산 분야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가상자산 관할 부처를 설립할 때 환경적 측면을 고려할 수 있는 인적, 물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상자산 채굴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환경적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사관은 "기존에 ESG를 명시하고 있는 '국민연금법'이나 '한국투자공사법'을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