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시아 증시를 짓눌렀던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반등했다. 미국 정부가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회계를 문제 삼으며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제기했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해외 상장을 적극 지지하겠다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계기가 됐다.
16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ADR이 36% 상승해 104.98달러에 마감했다. 징둥닷컴(JD)이 39.36% 올랐고 핀둬둬(PDD)는 56%나 뛰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받아 17일 홍콩 증시에서 중국 대형 기술주 주가를 반영한 항셍테크지수는 오후 6시 30분 기준 전일 대비 7.76% 오른 4572.79를 기록했다. 전날인 16일 22.2% 급등 마감한 후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항셍테크지수는 지난 11일부터 3거래일 동안 21% 이상 폭락했다.
이들 종목은 미국에도 상장돼 있는데 강제 상폐 우려와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미국의 러시아 제재 파장까지 겹치며 급락을 거듭했다. 그러나 전날인 16일 류허 국무원 금융안전발전위원회 부총리가 “1분기 경기를 확실히 진작하고 자본시장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위축된 투자 심리를 되돌렸다. 특히 금융안정위가 중국 기업 주식의 미국 상폐 문제와 관련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처음으로 공식 발표하며 주가가 급반등했다.
다만 이번 반등을 추세적 상승의 시작으로 보기에는 해소해야 할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일 류 부총리의 발언은 원론적인 수준이었지만 중국 시장의 급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 의지가 시장에 전달돼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됐다”며 “그러나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회계 이슈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될지 여전히 불확실해 추세적으로 증시가 상승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2015년 중국 증시가 급락했을 당시에도 정부가 ‘시장 안정화’ 의지를 밝히며 일시적으로 주가가 반등했지만 이내 경기 부진, 위안화 개혁 추진으로 증시는 이듬해인 2016년 2월까지 변동성 장세를 겪었다. 중국 정부의 정책 의지가 구체적으로 실현되지 않으면 이번 반등 역시 일시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정책 의지를 어떻게 행동으로 보여줄지, 회계 처리에 대한 미중 갈등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