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한 ‘작고 일 잘하는 정부’ ‘디지털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18개 부처로 역대 최대 공룡 조직이 된 문재인 정부의 부처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윤 당선인이 수차례 강조한 대로 여성가족부는 폐지할 가능성이 높다.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디지털 정부’로 행정을 혁신하는 대신 정부 부처 통폐합을 해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예산을 구조조정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의 재원에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수위원회는 17일 인수위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18일부터 공식 업무에 돌입한다. 인수위가 가동되면 자동으로 기획조정분과가 맡은 정부조직개편도 함께 논의된다.
방향은 ‘축소 개편’으로 정해져 있다. 윤 당선인은 이미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부터 축소 개편하기로 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정부 부처도 ‘효율적인 정부’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기획조정분과는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정부 부처의 통폐합을 주도할 방침이다.
정부 부처의 축소 개편은 사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능하고 작은 정부, 실용정부’를 강조한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당시 18부처, 4처, 17청, 1위원회이던 정부조직을 15부, 2처, 18청 4위원회로 개편했다. 장관급인 부처만 3개가 줄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다시 부처를 17처, 5처, 6청, 2원, 5실, 6위원회로 대폭 늘렸다. 확장되던 정부 부처는 ‘공공주도 성장’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역대 최대로 늘어났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18부, 5처, 17청, 2원, 4실, 6위원회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의 특별보좌역은 “지금 정부, 너무 많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역시 “대통령 임명직위 1만 1370개, 너무 너무 많다”며 막강한 권한을 쥔 공룡 정부의 다이어트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부처가 늘어나면서 예산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에 있다. 박근혜 정부는 한 해 예산이 400조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부처가 팽창하며 예산도 6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조직·예산은 늘었지만 문재인 정부 5년의 경제성장률은 2.2%대로 3%의 박근혜 정부보다 뒷걸음질을 쳤다. 비대해진 정부가 국민들의 삶을 개선시키기는커녕 국민들의 세금으로 정부만 살을 찌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저는 하는 일에 비해서는 작은 정부, 효율적 정부를 지향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했다. 공약에도 불필요하게 예산이 낭비되기보다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과 데이터화를 통해 행정을 혁신해서 정부의 덩치를 줄이는 ‘디지털 정부’를 담았다.
관가에서 벌써 부처 개편안이 나돌고 있다. 여가부는 우선 공약대로 폐지 또는 기능 조정 쪽의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과학을 강조한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교육부를 ‘교육통제부’로 규정한 만큼 교육부의 대대적인 개편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처럼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폐합될 가능성도 있다. 무분별한 태양광 사업을 용인한 환경부 역시 도마 위에 올라있다. 일각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후에너지부로 개편되고 환경부가 흡수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방역 성과를 들어 격상한 질병관리청은 역설적이게도 방역 실패의 책임을 지고 보건복지부에 다시 흡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공약과 실제 정부가 작동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감안해서 정부 부처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