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가 이달 초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31명 중 25명(81%)이 공감을 표시했다. ‘강하게 동의한다’는 응답은 52%, ‘동의’는 29%였다. 이들은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로 ‘근로자의 이직·해고의 용이(68%)’를 꼽았다.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인력·직무 조정을 쉽게 하고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도 생산성에 비례하도록 바꿔야 기업이 살고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국가 경쟁력이 세계 10위권인데도 노동시장 유연성에서는 바닥권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노동시장 유연성은 조사 대상 141개국 중 97위에 그쳤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등의 분석도 비슷했다.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을 위해 노조 3법(노동관계조정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게 만들면서 세계 흐름과 배치되는 역주행 정책에 매달렸다.
주요국들이 무한 경쟁의 ‘글로벌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에 나서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꾸준한 노동 개혁으로 실업률을 줄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해고 요건 완화와 산별노조의 협상권 축소 등을 추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7일 ‘상여금과 기본 임금까지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도록 임금체계를 바꾼 도요타자동차 사례를 우리 노사가 주목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새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과감한 노동 개혁으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질 좋은 일자리도 만들어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외면한 노동 개혁을 또 미루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