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식 가동되는 날 “선거 기간 동안 보여드린 약속과 비전·열정을 한순간도 잊지 않겠다.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5년의 국정 과제와 비전을 그릴 인수위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서 현판식을 열고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이 자리에는 윤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24명의 인수위원에 이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이끄는 김기현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 당 주요 인사들이 모두 모였다. 여기에 윤 당선인에게 조언하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지역균형특별위원장, 박주선 대통령취임식 준비위원장 등 차기 정부를 이끌 ‘파워맨(힘 있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인수위가 출범하는 날 윤 당선인이 당은 물론 진영을 아우르는 주요 인사들과 한자리에서 ‘원팀’ 국정 운영을 과시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새 정부의 국정 과제를 수립하는 데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민생에 한 치의 빈틈도 없을 것”이라며 “국익과 국민이 모든 국정 과제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앞에서 윤 당선인은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한 특별한 마음가짐도 주문했다. 그는 “정부 초기의 모습을 보면 정부 말기의 모습을 알 수 있다고 했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풀어가겠다. 정부 인수 과정을 보며 우리 민주주의에 안도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드릴 것”이라고 했다.
특히 윤 당선인은 “국정 운영도 마찬가지지만 인수위에서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이를 바탕으로 국정 과제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 역시 궁극적으로는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어느 지역에 사느냐와 관계없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 받아야 하고 정부를 믿고 신뢰할 때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수위원들을 향해서는 “개별 부처와 분과를 넘어서서 국가 전체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조율해 나가시길 부탁 드린다”고 주문했다. 여러 부처와 각계의 의견이 종합되는 인수위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지시다. 윤 당선인은 “오직 국익과 국민의 입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주시길 부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도 자신의 제1 공약인 코로나 손실보상 대책 마련을 특별히 당부했다. 윤 당선인은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분들에 대한 신속한 손실보상과 더불어 방역·의료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다뤄주시길 바란다”며 “또 다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올 경우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도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이 민생에 방점에 찍혀 있다는 점을 거듭 상기한 주문이다. 윤 당선인은 현판식이 끝나는 동시에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 정 국회부의장과 ‘당당회동(당선인·당)’ 회동에 돌입했다. ‘당당회동’은 인수위 출범과 동시에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당과 ‘원팀’으로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윤 당선인이 당당회동을 통해 172석 거대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 집권 말 지지율이 공고한 문재인 대통령에 맞설 국정 추진 방향과 정계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당선인이 오는 5월 9일 집권과 동시에 코로나 손실보상 등 지원에 나서려면 현 정부와 민주당의 협조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구조 조정을 예고한 부처 개편과 50조 원 규모의 코로나 손실보상은 모두 국회에서 정부조직개편안과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돼야 한다. 민주당이 정부 부처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면 차기 정부 출범 준비마저 혼선을 빚을 수 있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도 불발되며 신구(新舊) 권력이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역대 당선인과 대통령은 당선 후 2~9일 안에 회동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인사 문제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등 실무 협의에서 갈등을 빚으며 최초로 ‘10일 내 회동’이라는 공식이 파기될 분위기다. 윤 당선인으로서는 당과의 공고한 연대가 없이는 민생 정책을 펴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셈이다.
이에 윤 당선인은 당당회동에서 당에 협조를 요청했다.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세출 구조 조정을 통한 최소 50조 원 규모의 ‘코로나19 손실보상 추경’을 추진하기 위해 당이 대여(對與) 설득과 협상에 서둘러 나서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청와대를 향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유화 메시지를 냈다. 대결보다는 협상을 통해 차기 국정을 준비하기 위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