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도 공급난…집값, 21년 만에 연봉보다 더 올랐다

작년 평균 주택가격 32만弗

초저금리·공급 부족 등 여파

1년새 5만 3000弗이나 껑충

중위층 연소득 5만弗 첫 추월

모기지금리 3년만에 4% 돌파

생애 첫 주택 구매자 부담 가중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LA에 있는 한 주택에 임대를 알리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AFP연합뉴스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LA에 있는 한 주택에 임대를 알리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AFP연합뉴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가는 미국에서 지난해 평균 집값 상승분이 21년 만에 처음으로 근로자들의 연봉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지금껏 초저금리와 주택 공급 부족의 영향으로 집값이 치솟은 미국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주택 시장은 새로운 변곡점을 맞게 됐다. 당장 모기지 금리가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연 4%를 돌파하면서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최대 부동산 정보 업체 질로그룹을 인용해 지난해 미국의 평균 집값이 전년 대비 5만 2667달러(19.6%) 오른 32만 1634달러(약 3억 9000만 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중위소득 노동자의 연간 세전 소득인 5만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에서 집값 상승분이 노동자 연소득을 앞지른 것은 질로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WSJ는 “낮은 모기지 금리가 주택 수요를 자극했고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이 여전히 적은 수급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확산도 집값을 밀어올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근래 1인 가구용 주택을 사들이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도 집값을 끌어올렸다.

관련기사



지역별로는 미국 내에서도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경우 평균 집값이 지난해 16만 달러 올랐지만 노동자 평균 연봉 인상분은 5만 5000달러에 그쳤다. 샌디에이고의 평균 집값은 지난달 80만 달러까지 상승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7.5% 급등했다. 이외에도 애틀랜타·댈러스·솔트레이크시티도 집값 상승분이 연봉을 앞지른 도시들이다. 반면 시카고·워싱턴DC·필라델피아·디트로이트 등은 집값 상승분이 연봉에 못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16일 3년 3개월 만에 첫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면서 미국 모기지 금리는 빠르게 오르고 있다. 프레디맥은 이번 주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금리가 연 4.16%로 2019년 5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4%를 돌파했다고 전했다. 해당 금리는 지난해 1월 2.65%,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2%대에 머물러 있었지만 연준의 긴축이 예고되면서 올해 초에는 3.22%로 뛰어올랐다. 이후 불과 석 달도 안 돼 또다시 1%포인트 가깝게 추가로 급등한 셈이다. WSJ는 “이번 주 모기지 금리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리는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자 2월 기준 대출 신청은 전년 동월 대비 3.9% 감소했다. 다만 셀마 헵 코어로직 수석이코노미스트보는 “부모에게 많은 자산을 물려받거나 보유 주택을 매각하고 현금을 갖고 있는 사람 등 최근의 금리 상승을 감당할 수 있는 미국인이 여전히 많다”며 집값 상승 분위기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결국 미국의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어려움은 앞으로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 부족과 금리 상승이 맞물려 주택 구입 비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 모기지 금리가 4%를 넘었을 때는 평균 주택 가격이 27만 7000달러로 지금보다 26%나 낮았지만 지금은 주택 가격이 치솟은 만큼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한다. WSJ는 “집값 급등에 직면한 생애 첫 주택 구입 희망자들이 금리 상승이라는 또 다른 도전에 맞닥뜨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태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