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글로벌 현장에서] 동명부대 파병 15주년과 韓·레바논 우정

박일 주레바논 대사

한국 파병역사 새로 쓴 동명부대

레바논 평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국민 80% 빈곤 시달리며 고통받아

韓, 인도적 지원에 발벗고 나서야

박일 주레바논 대사박일 주레바논 대사




필자가 지난해 12월 레바논에 부임한다고 했을 때 지인들은 두 가지 대비되는 반응을 보였다. 하나는 ‘중동의 파리’ ‘백향목의 나라’ ‘알파벳의 기원이 되는 페니키아 문명의 발상지’로 가는 데 대한 격려와 축하였고 다른 하나는 테러 위험, 지난 2020년 8월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사고 여파 등으로 인한 정세 불안에 대한 걱정이었다. 레바논에 대한 이 두 가지의 사뭇 상반된 이미지는 분명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레바논은 탐구하면 할수록 훨씬 더 다채롭고 심오한 관점을 제공해 준다.



특별히 한국·레바논 관계 발전 측면에서 보자면 양국은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다. 두 나라 모두 5000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한다. 고난과 역경에 굴하지 않는 민족정신, 가족과 공동체의 유대감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도 맞닿아 있고 바깥 세계에 대한 높은 수준의 개방성과 종교적 관용성을 가진 것도 공통점이다.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지정학적 상황, 전쟁의 역사적 아픔, 그러한 환경 속에서 생존·번영·평화를 만들어 가야 하는 국가 과제 또한 유사하다.




필자는 이러한 유사성이 한·레바논 양국 관계를 견고하게 견인해 온 힘이라고 생각한다. 양국은 1981년 수교 이래 40년간 정치·경제·개발협력·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협력을 진전시켜 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2007년 7월 유엔레바논평화유지군(UNIFIL)에 동명부대를 파견한 것이야말로 양국 관계를 한층 격상시키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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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동명부대가 파견된 지 15년째다. 우리나라 해외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파병 부대로는 최장기간이다. 동명부대는 UNIFIL 일원으로서 다른 45개 병력 공여국과 함께 남부 레바논의 평화와 안정, 레바논·이스라엘 간 신뢰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300여 명의 장병은 그 어떤 나라 부대보다도 뛰어난 작전 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다양한 민사 활동을 통해 현지 주민들로부터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2월 28일 취임한 아롤도 라자로 신임 UNIFIL 사령관도 동명부대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반도에서 영구적 평화를 만들어야 하는 우리에게 동명부대가 쌓는 신뢰 구축 및 평화와 관련된 경험과 지식은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올해는 한·레바논 양국 관계에 특별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해이기도 하다. 레바논이 현재 유례없는 국가적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레바논의 위기에 대해 세계 현대사가 시작된 19세기 중반 이래 세 손가락에 꼽을 만큼 최악이라는 평가를 했다.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이후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었는데 이는 전쟁을 겪은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레바논 파운드화는 폭락을 거듭해 지난해 평균 145%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가계 가처분소득은 급락했고 인구의 약 80%가 빈곤층으로 내몰렸다. 현재 근로자의 월 급여는 100달러 이하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레바논 위기에 대해 유엔·미국·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주요 공여국들은 인도적 지원 확대가 급선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3년간 레바논 내 시리아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약 800만 달러를 지원했고 앞으로도 레바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이어갈 것이다. 특별히 올해에는 남부 레바논 지뢰 피해자 지원 사업에 6만 달러를 제공할 예정이다.

레바논은 오는 5월과 10월 총선과 대선을 각각 치른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레바논이 성공적인 선거 실시와 필요한 개혁 조치를 통해 현재의 국가적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성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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