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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SK하이닉스, 이천 HBM 라인 증설…‘83조 AI 전환’ 속도전 '선두 굳히기'

'일부 생산라인 전환' TF 신설

내년초 3300㎡ 규모 리모델링

라인 최적화→1등 굳히기 집중

노조 리스크는 투자확대 변수로

경기 이천시 소재 SK하이닉스 팹.사진=SK하이닉스경기 이천시 소재 SK하이닉스 팹.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이천 반도체 팹 일부 라인을 고대역폭메모리(HBM) 라인으로 전환한다. HBM 생산라인을 신설하는 동시에 기존 생산라인까지 최적화해 늘어나는 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 계열사들이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변화해달라”고 주문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AI 전환의 선봉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천 팹 M10의 일부 라인을 HBM으로 전환하기 위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최근 신설했다.

TF는 해당 팹의 약 3300㎡가량 부지를 대상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이르면 2025년 초께 해당 라인에는 HBM 생산 기준에 맞는 클린룸이 마련되고 각종 장비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당사 생산 시설 운영과 관련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번 공사는 증축이 아닌 기존 생산라인을 HBM 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미 이천 지역은 M10·M14·M16 등 굵직한 팹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가스 공급 시설, 폐수처리 시설 등 부대시설들로 포화해 유휴 면적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이 지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돼 건물 증축 절차도 복잡하다.

까다로운 여건 속에서도 라인 전환에 나서는 것은 갈수록 늘어나는 HBM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메타·구글 등 내로라하는 빅테크들이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을 사겠다며 줄을 늘어선 상황에서 여기에 탑재되는 HBM 역시 한동안 탄탄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초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회사의 HBM 생산 측면에서 보면 올해는 이미 완판(솔드아웃)이고 내년 물량도 대부분 완판됐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5월 기존 전망치를 상향해 글로벌 HBM 시장 규모가 연평균 100% 성장하고 2026년까지 300억 달러(약 41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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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해진 반도체 전쟁도 HBM 수요를 자극한다.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차별화된 기술로 AI 가속기를 개발하고 있는 전 세계 기업들도 HBM만은 예외 없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응해 SK하이닉스의 최대 고객사 엔비디아 역시 2년 단위로 내놓던 새 GPU 플랫폼을 1년 단위로 앞당겼다. AI 반도체 개발 주기가 빨라진 만큼 HBM 신제품 수요도 덩달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캐파(생산능력) 확대는 HBM 1등 굳히기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SK하이닉스는 언론을 통해 HBM의 수율을 공개할 정도로 생산공정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분석이다.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만큼 2위 삼성전자나 3위 마이크론과 점유율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내년까지 HBM 점유율을 기존의 두 배 이상인 2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HBM 라인 증설과 함께 국내외에 대규모 팹을 구축해 생산력을 확충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4월 청주에 고성능 D램을 생산하는 대규모 신규 팹 M15X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미국 인디애나주에는 AI용 반도체에 필요한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SK그룹 차원의 체질 개선과도 맞물려 있다. 그룹 최고 전략 협의 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첫 업종별 기구인 반도체협의회를 신설하고 SK하이닉스를 통해 5년간 103조 원을 시설 투자 등에 쏟아붓기로 한 만큼 HBM이나 고성능 D램 공정 전환은 앞으로 더 속도감 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투자 확대에 변수도 남아 있다. 최근 삼성전자에 등장한 노조 리스크가 SK하이닉스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하이닉스 노동조합은 올해 8% 수준의 임금 인상과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담은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하고 사측과 협상을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임금 인상률 4.5%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노조 측은 “올해 실적이 크게 개선될 예정인 만큼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보이다가 지난해 4분기 3460억 원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는 7조 7303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에만 2조 8860억 원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는 영업이익 5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에는 한국노총 산하 이천·청주 전임직 2곳과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 1곳 등 총 3곳의 노조가 있으며 노조별로 임금협상을 벌인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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