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뉴요커의 아트레터] 새롭게 탄생한 추상화가, 조 브래들리

뉴욕서 6년만에 펫즐(Petzel)갤러리 전시

구상까지 포함한 새로운 추상의 가능성

대형 신작 소개 개인전 4월 30일까지

조 브래들리의 신작 ‘Jublilee, 2022’ /사진제공=펫즐갤러리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tzel, New York조 브래들리의 신작 ‘Jublilee, 2022’ /사진제공=펫즐갤러리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tzel, New York




뉴욕은 몇 해 전부터 지속적으로 구상 회화,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그룹의 예술가, 흑인 작가들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아방가르드하다고 여겨지는 휘트니뮤지엄 비엔날레, 뉴 뮤지엄 트리엔날레를 비롯해 다수의 뮤지엄, 갤러리 전시에서 이러한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그간 소외받아온 집단을 조명하는 것은 좋으나, 이 또한 트렌드가 되다 보니 ‘다양성’을 중시하는 미술이 너무 유행을 따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최근 뉴욕 아트신에서는, 익숙한 1950~60년대 그린버그식 추상표현주의와 또다른 ‘새로운 형식'의 추상작품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과거 그린버그식 추상표현주의가 그림 위의 서사를 배제하고 오로지 아티스트의 제스처(행위) 흔적만 중시했다면, 현재 ‘새로운 형식’의 추상작품들은 다양한 요소들이 혼합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뉴욕 펫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조 브래들리의 개인전 전경. /사진제공=펫즐갤러리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tzel, New York뉴욕 펫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조 브래들리의 개인전 전경. /사진제공=펫즐갤러리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tzel, New York


뉴욕 첼시 갤러리 지구에 위치한 펫즐(Petzel) 갤러리에서 막 개관한 조 브래들리(Joe Bradley)의 전시는 이를 잘 대변하는 듯하다. 6년 만에 뉴욕에서 개인전을 연 브래들리는 동시대 블루칩 아티스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작가로 분류된다.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브래들리는 뉴욕 트라이베카에서 유망한 작가를 소개해오고 있는 캐나다(Canada)갤러리에서 2006년 뉴욕 첫 개인전을 열었다. 2008년 휘트니 비엔날레에 참가한 후로는 가고시안(Gagosian)갤러리와 같은 초대형 갤러리에서 다수의 전시를 가졌다. 특히 브래들리는 2014년 모마 미술관에서 열린 ‘The Forever Now: Contemporary Paintings in an Atemporal World’에 포함되면서 대중적 주목도 받기 시작했다. 오늘날 블루칩 스타 작가가 된 마크 그로찬(Mark Grotjahn), 래시드 존슨(Rashid Johnson), 줄리 머레투(Julie Mehretu) 등이 이 전시에 함께 포함돼 있었다.

전시장 입구에 걸려 있는 조 브래들리의 신작 ‘Fool’s Errand’ /사진제공=펫즐갤러리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tzel, New York전시장 입구에 걸려 있는 조 브래들리의 신작 ‘Fool’s Errand’ /사진제공=펫즐갤러리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tzel, New York



이번 전시에서 브래들리는 신작인 대형 페인팅 8점과 중소형 페인팅 4점을 비롯해 16점의 드로잉들을 선보였다. 그의 페인팅은 기본적으로 ‘구상'과 ‘추상’의 요소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 ‘구상’적 요소가 적극적으로 등장한 것은 최근 일이다. 브래들리의 초기 작품은 엘즈워스 켈리(Ellsworth Kelly)를 연상시키는 미니멀한 모듈식 페인팅이 많았다. 그러다 2010년대부터 캔버스에 색면뿐만 아니라 선적인 요소를 통해 형상을 표현하면서 ‘구상’적 부분을 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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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즐갤러리에 들어서면 세로 2m, 가로 3m가 넘는 대형 신작 ‘Fool’s Errand’가 중앙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큼지막한 원색이 직선과 곡선으로 이뤄진 면을 분할하며, 그 면 위에는 또 다른 색이 칠해져 생긴 다른 레이어가 제한된 평면에서 생동감을 준다. 물감을 섞지 않고 원색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의 페인팅에는 색면뿐만 아니라 유기적인 선들이 한 화면에 조화롭게 배치돼 있다. 캔버스 위에 그려져 있는 선들은 그가 드로잉 작업을 통해 연습한 구체적인 형태들이 간접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단순 추상을 넘어 구상 회화의 영역까지 포함한다. 대다수의 작업들이 ‘추상’과 ‘구상’으로 분리되는 현대미술에서, 그의 이러한 포괄적이면서 실험적인 시도가 재조명 받고 있다.

조 브래들리의 신작 ‘MT Mind’ /사진제공=펫즐갤러리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tzel, New York조 브래들리의 신작 ‘MT Mind’ /사진제공=펫즐갤러리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tzel, New York


전시된 있는 브래들리의 작업들은 작가의 붓터치를 우상시하던 엄숙한 추상표현주의를 거부한 윌렘 드쿠닝의 자유로운 표현, 만화 캐릭터와 같은 유머러스한 형상의 회화로 신표현주의를 개척한 필립 거스통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출품작 ‘MT Mind’이 그같은 영향을 특히 잘 드러낸다. 이 작품에는 파랗고 검은 바탕에 하얀색 점과 선들이 칠해져 있다. 하얀 선은 마치 푸들을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엄숙한 배경색과 달리 하얀색 선으로 표현되어 있는 푸들은 관람객을 미소짓게 만든다.

뉴욕 펫즐갤러리에 선보인 조 브래들리의 드로잉들. /사진제공=펫즐갤러리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tzel, New York뉴욕 펫즐갤러리에 선보인 조 브래들리의 드로잉들. /사진제공=펫즐갤러리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tzel, New York


조 브래들리의 최신 드로잉 '무제'는 작가가 어린 시절 1960년대 빈티지 만화책에서 영향 받았음을 보여준다.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and Petzel, New York.조 브래들리의 최신 드로잉 '무제'는 작가가 어린 시절 1960년대 빈티지 만화책에서 영향 받았음을 보여준다.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and Petzel, New York.


전시장 한편을 차지한 브래들리의 드로잉 작업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드로잉은 그의 페인팅에서 ‘구상’적 요소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젊은 시절 브래드리는 1960년대 언더그라운드 만화에 빠져 있었고, 그 기간에 무수히 많은 드로잉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드로잉에는 우스꽝스러운 만화 캐릭터 같은 이미지들이 자주 등장한다. 브래들리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기반으로 대형 캔버스 작업을 진행한다. 캔버스 평면에는 화려한 원색의 색면과 더불어 브래들리만 인지하고 있는 유머러스한 이미지들이 불현듯 표현돼 있다.

브래들리에 대해 먼 훗날 미술사가 어떻게 판단할 지는 예단할 수 없으나, 추상표현주의의 대가로 여겨지는 마크 로스코·잭슨 폴록·드 쿠닝과 같은 평가를 받을지는 지켜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글·사진(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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