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美 대사관 이어 대통령실까지…'정치 1번가'로 떠오르는 용산

민주주의 심장 역할해온 광화문

정치적 상징성은 퇴색되겠지만

문화·경제적 기능은 강화될 듯

21일 서울시 용산 국방부 주변 전경./연합뉴스21일 서울시 용산 국방부 주변 전경./연합뉴스




용산이 대한민국 정치·외교의 새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에 이어 대통령 집무실까지 광화문을 떠나 용산에 새로 둥지를 틀면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서울 시내 권력 지형도에 변화가 나타나는 셈으로 광화문과 용산 일대의 기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만남을 위해 이날 예정됐던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회동에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릴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모두 “의제를 밝힐 수 없다”고 침묵했지만 윤 당선인이 취임과 동시에 용산 국방부 청사를 집무실로 사용하려면 예비비 사용 등을 위한 현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전일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고 취임 일인 오는 5월 10일부터 새 집무실에서 근무를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관련기사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74년 만에 거취를 옮기면서 광화문이 지닌 정치적 상징성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인 광화문광장은 국민의 정치적 성향과 세대를 뛰어넘어 민주주의 발전 공간으로서 의미가 크다.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 2016년 국정 농단 사태 등 정치권력이 국민의 뜻에 역행할 때마다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들어 청와대를 압박하며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켜왔다. ‘한국 정치의 심장’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새 대통령 집무실로 외교부 청사와 국방부 청사를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윤 당선인이 용산행을 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청와대와 함께 광화문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주한 미국대사관도 광화문 시대를 끝내고 용산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서울시는 용산구 일대로 미국대사관을 이전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결정안을 승인했다. 1968년부터 광화문을 지켰던 미국대사관은 내년 착공에 들어가 이르면 2026년 용산에 뿌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대사관의 새 부지(용산구 용산동1가 1-5번지)는 4호선 숙대입구역 인근의 옛 미군기지 자리이며 국방부 청사와는 도보로 30분가량 떨어져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청와대 개혁 태스크포스(TF)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통령 집무실 이동에 미국대사관의 이전이 고려된 것은 아니다”며 “이미 오래전 확정된 사안으로 미국대사관은 시민공원 개발 추진에 영향을 줄 변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미국대사관이 순차적으로 짐을 싸면서 ‘대한민국 정치·외교의 중심’ 역할을 했던 광화문 일대의 기능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정치적 영향력은 약해지겠지만 두 시설 모두 역사성을 자랑할 수 있는 기념관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문화·경제적 기능은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대통령 중심제인 대한민국에서 청와대는 늘 정치 중심지였고 윤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 결정은 곧 ‘용산 시대 개막’을 뜻한다”며 “(청와대 폐지로 인한) 반원 형태의 비행금지구역 해제 등으로 종로 일대에는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상가와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