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文 협조 거부땐 강제 방법 없어"…尹 '1호 지시' 차질 빚나

[尹-文 또 충돌…제동 걸린 용산시대]

NSC "北 미사일 위협 상황서 합참 등 이전 안돼

尹 "협조 거부 시 통의동에서 대통령 집무하겠다"

국민의힘 "NSC로 쇼, 새정부 방해는 대선불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10일 0시부로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습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방안이 무리라는 의견을 표명하자 이같이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 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윤석열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 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의 이날 발표는 현 정권의 도움 없이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를 전달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의 의중을 조용한 어조로 전달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민의힘 내부는 들끓고 있다. 청와대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비협조를 넘어 사실상 국민이 뽑은 차기 정권에 인수인계를 거부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현 청와대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실제로 청와대가 정치적 목적으로 돌변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윤 당선인의 개별 공약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이에 윤 당선인 측은 이날 오전까지도 문 대통령과의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우호적인 메시지를 냈다. 김 대변인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의 만남 가능성을 알리며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결과를 도출하도록 노력하려 한다"고 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이날 오전까지는 "두 분이 만나면 청와대를 국민 곁으로 가도록 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를 어떻게 잘 실현할지에 대해서도 폭넓게 (얘기를) 나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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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후 들어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박 수석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장관회의 이후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에 국방부·합참·대통령비서실 등 보좌기구와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위험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방부·합동참모본부 등 안보 핵심 기구를 이전할 경우 안보 위협을 초래한다는 것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의 이유다.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이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다. 윤 당선인 측이 회동 성사를 위해 내민 손을 청와대에서 공개적으로 뿌리치며 신구 권력 간 갈등을 연출한다고 보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만나자고 하더니 (실제로는) 만나지 말자는 얘기”라며 “정권 인수인계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 대통령 집무실마저 안 만들어주겠다고 한 것”이라고 격노했다.

문제는 이날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윤 당선인이 발표한 집무실 이전에 대한 협조를 거부하면서 회동을 두고 국지적 갈등을 보이던 양측 간 싸움이 인수위와 청와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신구 권력의 전면전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박 수석은 윤 당선인이 직접 발표한 사안을 두고 “시간에 쫓겨야 할 급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국방부·합참·청와대 모두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게 순리”라고 훈수를 뒀다. 또 “정부는 당선인 측과 인수위에 이런 우려를 전하고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청와대는 22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 안건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윤 당선인은 브리핑에서 청와대 이전에 필요한 예산이 496억 원이며 예비비 집행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런데 현 정부를 이끄는 청와대가 이전 비용조차 주지 않겠다고 한 셈이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은 “안보를 이유로 협조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새로운) 대통령의 신변보다 중요한 안보가 어디 있느냐”라며 “(협조하지 않으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경호나 신변은 어떻게 하자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도 청와대가 정권 인수인계를 거부하는 행태를 보이자 분노하고 있다.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발목 잡기를 그만하라”고 질타했다. 국방위원들은 “북한이 700억 원짜리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수십 차례 미사일을 발사해도, 이에 대해 도발이라는 말조차 못하면서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이 정부가 방사포 발사를 핑계로 NSC를 소집하고 안보 공백 운운하는 것은 NSC가 아닌 NS쇼"라며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을 방해하는 것은 저급한 정치 공세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현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원활한 정권 인수인계”라며 “현 청와대가 있지도 않은 안보 공백을 언급하면서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방해하는 행위는 대선 불복”이라고 주장했다.


구경우 기자·조권형 기자·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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