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中 추락 여객기, 조종사가 고의 낙하?…사고 원인 미스테리

낙하 속도, 기체 설계 등 고려시 의문점 투성이

지갑 등 유류품만 일부 발견, 블랙박스도 못 찾아

세계 각지서 애도의 물결, 네티즌 "기적을 기원"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시 텅현 산중턱에 21일 추락한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의 잔해가 산 속에서 발견됐다. AFP연합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시 텅현 산중턱에 21일 추락한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의 잔해가 산 속에서 발견됐다. AFP연합




승객 132명이 탑승한 중국 동방항공 MU5735편이 지난 21일 추락한 지 하루가 지나면서 사고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수직 낙하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고 원인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정확한 규명은 블랙박스 확인 등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색과 구조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승객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소식에 중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애도의 뜻을 전해졌다.



22일 중국 중앙(CC)TV 등은 전날 추락한 동방항공 여객기의 영상과 기록을 본 전문가들이 여객기가 급격히 추락한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보도했다. 오후 2시 20분 비행기의 고도가 8869m에서 불과 2분 후인 2시 22분에 1333m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엔진 2개가 모두 이상이 있다고 해도 이 속도로 떨어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비행기가 수직에 가깝게 추락하는 영상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돌면서 전문가들은 기장이 여객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왕야난 중국 항공우주잡지 '항공지식' 편집장은 중국 매체 펑파이에 "비행기가 조종석이나 꼬리부터 추락하는 것은 조종사가 비행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 조종사의 모든 행동이 비행기의 상태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베테랑 조사관들의 발언을 인용해 여객기가 순항 고도(안전한 비행을 위해 유지해야 하는 적절한 해발 고도)에서 추락한 적은 있지만 이번 사고처럼 극단적인 형태로 추락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항공 안전 컨설턴트이자 전 보잉737 조종사였던 존 콕스는 "이것은 특이한 프로파일"이라며 "비행기에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벤자민 버만 전 NTSB 조사관은 "중국 여객기 추락 원인을 아직 뭐라고 결론 내리기 이르다"며 "어떤 종류의 오작동, 조종사의 실수 등 많은 시나리오를 생각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버반은 보잉 737-800은 다른 제트기처럼 일반적으로 가파른 각도로 추락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며 이는 조종사의 극단적 노력이나 매우 이례적인 오작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조종사가 고의로 추락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라 말로도 해석된다.

실제 이 날 기상 상황에 별 다른 특이점은 없었다. 항공기의 결함도 추락 속도나 항공기 설계 등을 고려하면 수직 낙하에 이르기 힘들다는 점에서 조종사의 의도적 행동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소방관과 경찰 등 구조대가 여객기가 추락한 지점인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시 텅현의 산악 지대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추락사고 24시간이 지나도록 인명피해가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날 승객 123명과 승무원 9명 등 132명을 태우고 윈난성 쿤밍을 출발해 광둥성 광저우에 오후 2시55분 도착할 예정이던 MU5735편은 오후 2시20분께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추락과 함께 산불이 발생해 사고 사실이 알려졌다.

관련기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속한 사고 수습 등을 지시하자 류허 부총리와 왕융 국무위원 등이 즉각 현장에 나가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류 부총리 등은 전날 저녁 관련 부서 담당자들과 함께 우저우에 도착해 탑승객 구조 작업과 사고 수습, 사고 원인 조사 등을 지휘하고 있다.

CCTV는 사고 현장에 전날부터 비가 내리고, 진입로가 좁은 산길 하나밖에 없어 구조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신은 132명의 생존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생존자의 흔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CCTV를 인용해 연락이 두절된 탑승자들이 한 명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체 잔해 일부와 승객들의 지갑 등 소지품이 발견되고 있으나 사고 원인을 규명할 블랙박스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사고 이후 세계 각지에서 애도의 뜻이 전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는 이번 비극으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모든 이의 슬픔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전날 크렘린궁은 홈페이지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쿤밍에서 광저우로 가는 여객기 승무원과 승객 사망과 관련해 우리의 가장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전하는 성명을 공개했다.

군인들이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시 텅현 산중턱에 21일 추락한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의 잔해 등을 수색하고 있다. AFP연합군인들이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시 텅현 산중턱에 21일 추락한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의 잔해 등을 수색하고 있다. AFP연합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 또한 리커창 중국 총리에게 “우리는 친애하는 중국 인민들의 슬픔과 고통을 공유한다”며 “이 끔찍한 비극의 희생자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위로와 연민의 말을 전해주길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이날 대만도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불행한 사고를 당한 여객과 가족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수색과 구조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웨이보 등에는 생존자의 구조를 기다리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비행기 추락 영상에 중국 네티즌은 ‘절망적’이라며 충격에 빠졌고, 기적을 바란다는 글도 게재됐다. 동방항공도 홈페이지 초기 화면을 흑백 화면으로 바꾸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MU5735편 추락 사고를 애도하기 위해 흑백으로 변경한 동방항공 홈페이지.MU5735편 추락 사고를 애도하기 위해 흑백으로 변경한 동방항공 홈페이지.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