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43년 최장수 한은맨' 이주열, 마지막 고언도 "금리인상"

■31일 임기 만료…떠나는 李 총재

"인상시점 놓치면 큰 비용 치러야"

코로나 위기에 '0%대 인하' 결단

美보다 빠른 인상엔 "선제 대응"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금리 인상은 경제주체들의 금융 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인기 없는 정책입니다. 하지만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훗날 국가 경제가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8년간 한국 통화정책의 수장을 맡아 일흔여섯 번의 의사봉을 두드려 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오는 31일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한국은행에서만 43년을 근무한 최장수 ‘한은맨’으로 통하는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0%대까지 낮춘 데 이어 지난해에는 미국보다 한발 앞선 통화정책 정상화로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선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누구보다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잘 알았기에 퇴임 전 그의 마지막 일성도 금리 인상의 타이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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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한은 총재로 임명된 그는 2018년 연임에 성공하며 1974년 이후 44년 만에 역대 세 번째 연임 총재 기록을 썼다. 재정경제부 장관이 맡던 금통위 의장직을 한은이 넘겨받은 1998년 이후 첫 연임이고 정권이 바뀐 상태에서 연임된 사례도 그가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존재감이 돋보였던 순간은 주요 고비마다 내렸던 통화정책 결정이었다. 2014년 4월 취임 보름 만에 터진 세월호 참사로 경기가 가라앉자 금통위는 그해 8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고 2015년 메르스 사태와 2016년 브렉시트 등 위기의 순간을 거치며 기준금리를 1.25%까지 낮췄다. 2020년 3월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충격이 시작되자 임시 금통위를 소집한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나 낮추는 ‘빅컷’을 단행했고 다시 두 달 뒤 추가 인하를 통해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금리를 떨어뜨렸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초저금리 시대의 종지부를 찍는 긴축의 신호탄을 가장 먼저 쏘아 올린 것도 한은이었다. 금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같은 해 11월과 올 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로 끌어올렸다. 이 총재 스스로도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한 질문에 “2년 전 이맘때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기관장들과 긴박하게 협의하고 토론해 전례 없는 정책 수단을 동원했던 일과 지난해 8월부터 다시 통화정책 정상화의 시동을 걸었던 일 등은 지워지지 않을 기억”이라고 답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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