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안티 히어로 모비우스가 코믹북을 찢고 스크린에서 살아 숨 쉰다. 선과 악의 경계 사이, 회색 지대에 서 있는 독특한 캐릭터가 히어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전망이다. 영화 '모비우스'가 마블을 사랑하는 한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24일 오전 '모비우스'(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사) 기자 간담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자리에는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을 비롯해 배우 자레드 레토, 아드리아 아르호나가 참석했다.
'모비우스'는 희귀 혈액병을 앓는 생화학자 모비우스(자레드 레토)가 흡혈박쥐를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구원할 힘과 파괴할 본능을 가지게 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마블 원작 코믹스 속 스파이더맨과 맞서는 적수 모비우스를 주인공으로 한 첫 번째 실사 영화로,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중적인 매력을 지닌 안티 히어로라는 게 기존 히어로 영화와의 차별점이다.
에스피노사 감독은 연출을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어릴 때부터 마블 코믹북을 좋아했고, 언젠가 마블 영화를 만들게 해달라고 신께 기도했다. 기회가 왔을 때 연출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모비우스와 같이 진정한 아웃사이더를 스크린으로 옮길 수 있는 게 좋았다. 다만 나의 기존 작품에서 보여준 냉철한, 나만의 방식을 녹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프로젝트에 대해 제작진과 만났을 때 꿈같았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모비우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작업 자체는 즐거웠다"며 "자레드와 같이 재능 있는 배우와 함께할 수 있었다는 점도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캐스팅에 대해서는 "자레드는 이미 모비우스였다. 그가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했기에 성사된 것"이라며 "현장에서 그는 정말 모비우스가 돼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어 줬고, 발전시켰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아드리아를 처음 봤을 때, 마르틴을 하기 너무 젊고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기를 잘한다'고 적극적으로 말하더라"며 "오디션에서는 완전히 마르틴으로 변신해서 들어온 걸 보고 큰 인상을 받았고, 아드리아의 전작을 보면서 좋은 이야기가 오가 함께하게 됐다"고 했다.
배우들도 '모비우스'에 합류하게 된 소감을 말했다. 자레드 레토는 "감독님과 작업하고 아드리아와 함께하는 게 흥분됐지만, 가장 날 매료시킨 건 모비우스라는 캐릭터를 처음으로 영화화해 스크린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아드리아 아르호나는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는데, 감독님의 걱정을 딛고 적극적으로 어필해서 캐스팅 됐다"고 뿌듯함을 표했다.
자레드 레토는 인류를 구원하고자 했지만 통제 불가한 능력을 얻게 되면서 안티 히어로로 거듭나는 모비우스 역을 맡았다. 그는 "캐릭터의 이중적인 면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 모비우스는 선과 악 사이 회색 지대에 있는 인물"이라며 "관객들도 전형적인 마블 캐릭터에서 벗어나 새로운 히어로를 볼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안티 히어로의 복잡성도 흥미로웠다. 누구나 다 악한 면을 갖고 있지 않냐"며 "연기자로 그런 캐릭터를 연기할 때 미묘한 것까지 드러나게 표현하는데, 보람차다. '모비우스'를 통해 멀티버스의 어두운 구석까지 탐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안티 히어로이자 입체적 면모를 지닌 모비우스는 자레드 레토에게 도전이었다고. 그는 "모비우스를 연기하면서 세 가지 역할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게 영광이자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병약한 박사로 시작하는데, 시간이 없고 생명이 다 한 상황에서 치료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며 "두 번째는 건강하고 강력해진 모습이고, 세 번째는 괴물로 변해버린 모습이다. 한 작품을 통해 극단적인 변신을 보여주는 건 쉽지 않은데, 흥미로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아드리아 아르호나는 모비우스와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는 동료 마르틴을 연기한다. 그는 "마르틴은 한마디로 모비우스의 오른팔이다. 지성 있는 과학자로 모비우스의 중심을 잡아준다"며 "모비우스가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하지만, 절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도 한다. 그 안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비우스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틴 아메리카 여성으로 여태까지 볼 수 없었던, 지성 있는 여성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는 건 고무적인 일"이라며 "성적 대상화되지 않고, 딱 붙는 옷을 입지 않아도 마르틴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자레드 레토와 아드리아 아르호나는 서로의 호흡에 대해 "에너지가 좋았다"고 칭찬했다. 자레드 레토는 "아드리아는 아름답고, 보고만 있어도 영감이 떠오른다. 외모뿐 아니라 내면도 아름답다"며 "파트너십도 좋았고, 에너지도 좋아서 작업 자체가 자연스럽게 풀렸다"고 했다.
아드리아 아르호나는 "모비우스 박사를 처음 만났을 때를 잊지 못한다. 자레드 레토라는 사람은 만난 적이 있지만 모비우스로 변신한 건 처음 본 것"이라며 "자레드 레토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모비우스가 있었다. 마치 마르틴이 모비우스 박사를 보호하려고 한 것처럼 나도 자연스럽게 보호 본능이 일어나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의 어마어마한 헌신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고, '반이라도 따라가자'는 마음이 생겼다. 이미 나를 몰입시키는 배우"라고 덧붙였다.
에스피노사 감독은 "자레드는 발전하는 배우다. 현장에서 기민하게 반응하면서 요구사항을 바로 흡수하고 소화하더라. 편집을 하면서 알게 된 건 내가 매일 작은 선물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영화 작업은 힘들었지만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액션 촬영도 즐거웠다고. 자레드 레토는 "감독님이 최고의 스태프를 꾸며줬고, 이 전문가들의 합이 좋았다. 여기에 감독님의 카메라 워크가 합쳐져 좋은 액션 장면이 나온 것 같다"며 "특수효과도 많이 사용해 물리적인 부분과 맞물렸다. 우리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신들로 구현됐다"고 말했다.
'모비우스' 팀은 내한의 아쉬움을 토로하며 한국 관객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자레드 레토는 "5학년 때 단짝이 한국인이라 식사 자리에 초대된 적이 있다. 그때 아름답게 차려진 식사를 했고, 이후 한국 음식을 사랑하게 됐다"며 "정말 한국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몇 년간 우리 모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 않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극장이라는 공간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극장 개봉용 영화를 제작하고 작업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었다"며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 관객들이 큰 스크린 앞에서 영화를 공유한다는 것은 흥분감을 감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과거 내한 경험이 있는 아드리아 아르호나는 "한국 그립다. 이번에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며 "만약 갔으면, 두 분에게 내가 느꼈던 한국인들의 사랑을 보여드릴 수 있었을 텐데. 사람들의 환대가 좋았고, 감동을 받아서 다음에는 꼭 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에스피노사 감독은 "한국에 갈 수 있었다면 큰 영광이었을 거다. 한국은 영화 역사에서 보기 드문, 어마어마한 재능 있는 감독과 배우들이 산 증인들로 있는 영화계"라며 "한국의 대가들과 한 공간에서 숨 쉴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다"고 소망했다.
한편 '모비우스'는 30일에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