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박홍근 의원이 선출됐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민주당 3기 원내대표로 172석의 거대 야당을 이끌며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고 8월 전당대회에서도 내부 분열을 막고 중심을 잡아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 신(新)이재명계로 불리는 박 의원이 친문이자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의원을 꺾으면서 민주당 주류 교체가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은 2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다. 1차·2차 투표에 이어 결선투표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이었다. 별도 입후보 없이 실시된 1차 투표에서는 박광온·박홍근·이원욱·최강욱 의원 등 4명이 2차 투표 후보자로 선정됐다. 2차 투표에서도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박홍근·박광온 의원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한 결과 박홍근 의원이 최종 승리했다. 민주당은 1~3차 투표 모두 득표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박홍근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개혁 과제와 민생을 야무지게 책임지는 강한 야당을 반드시 만들어서 국민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견 발표에서도 단결과 소통을 강조한 박광온 의원 등 경쟁자들과 다르게 개혁과 대여 투쟁에 방점을 찍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홍근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독선과 불통,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대하는 적대적 태도를 보면 심상치 않다”며 “정치적 보복과 검찰의 전횡이 현실화하지 않게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켜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2차 추가경정예산, 민생 입법, 대장동 특검, 정치 개혁 입법 등을 최대한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불통과 무능·독선에는 강하게 맞서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략적 반대는 일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개혁 성향의 박홍근 의원이 172석의 원내 1당을 이끌게 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여야 관계는 강 대 강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박홍근 의원은 대여 협상과 전투력 측면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평가다. ‘윤석열 정부’ 첫해에 강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줄 적임자라는 데 당내 이견이 없다. 이번 선거에서도 옛 박원순계이자 민평련계(민주평화국민연대)로 86그룹과 이재명계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새 원내지도부에 주어진 환경은 만만치 않다. 당장 윤 당선인이 공식 제안한 2022년 제2차 추경안에 대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 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를 비롯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 조직 개편,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 등을 두고 국민의힘과 전면전도 불가피하다. 1차 투표에서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의 최 의원이 10% 이상 득표한 데서 보이듯 지지층의 강경 투쟁 요구도 수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새 정부의 무리한 정책은 견제하면서도 취임 초부터 무리한 발목 잡기로 비치지 않도록 민생 현안은 협조하는 리더십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는 선거 후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로 힘든 민생 현장에 단비를 내리는 모습을 여야가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은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민주당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시작된 주류 교체가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선거는 친이재명·친이낙연·친정세균계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대선 패배 후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이재명계가 점한 상황에서 원내 지휘까지 맡게 됐다. 옛 박원순계와 일부 친문 그룹이 결합하면서 이재명계가 당내에서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8월 당권 도전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원내에서 이재명 조기 등판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원내대표 경선이 결선투표까지 이어지는 등 계파 간 대리전으로 치달으면서 당내 갈등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비대위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원내대표 선출에 실패한 이낙연계와 정세균계가 비대위는 물론 원내대표 흔들기를 위해 연합전선을 형성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