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프랑스로 건너가 한국 추상미술의 지평을 넓힌 이성자(1918~2009)의 1963년작 ‘샘물의 신비’가 23일 열린 케이옥션(102370) 메이저경매에서 5억 원에 낙찰돼 작가의 국내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성자의 작품은 이날 경매의 최고가 낙찰작이기도 하다.
이성자 화백의 작품은 음과 양, 질서와 자유, 부드러움과 견고함, 동양과 서양 등 상반된 개념이 공존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1960년대 전성기 작업 중 하나인 낙찰작 ‘샘물의 신비’는 마치 나뭇가지를 배열해놓은 것 같은 선(線)의 반복이 독특한 운율감을 이루면서도, 여러 겹 쌓아올린 색의 배합이 독창적 질감을 형성한다. 이는 정제된 추상화임에도 고국인 한국 땅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보고픔, 여성으로서의 독자성과 자긍심 등의 서정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동력이 된다.
한국보다 유럽에서 먼저 인정받은 이성자의 작품은 해외에서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의 경매 최고가 작품은 지난해 12월 크리스티 홍콩의 20~21세기 현대미술 이브닝세일에서 562만 5000 홍콩달러(약 8억 8000만 원)에 낙찰된 ‘Le vent en temoigne(The Wind Testifies·바람의 증언)’이다. 지난 2020년 12월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For Red Poppy(개양귀비를 위하여)’가 500만 홍콩달러(약 7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한편 이번 경매는 낙찰률 84%에, 낙찰총액 약 70억원을 거둬들였다. 기대를 모았던 이중섭의 말년작 ‘닭과 가족’, 이우환의 ‘동풍 S85080’은 경매 직전에 출품이 취소됐고, 김환기의 다색 점화 ‘27-ⅩⅠ-71 #211’은 유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