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감행하면서 앞으로 대남·대미 군사 도발 강도가 한층 높아질 것임을 예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발사와 관련해 “우리 국가 방위력은 어떠한 군사적 위협 공갈에도 끄떡없는 막강한 군사 기술력을 갖추고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최소한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전후 시점까지 핵·미사일 개발을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군도 북한의 도발이 단발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고위 당국자는 “단기적으로는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앞두고 무력시위나 각종 무기 체계 실험 강도를 점진적으로 끌어올려 조 바이든 정부를 흔들어볼 것”이라면서 “그래도 양보할 기미가 없으면 차기 정부와 협상하겠다는 전략으로 전환해 2024년 미 대선까지 논스톱으로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CBM을 우주로켓으로…가짜 우주쇼 펼칠까=북한이 당면한 현안은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전후로 정찰위성을 탑재한 우주로켓(우주발사체) 발사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우주로켓으로 가장한 우주쇼를 재개할지 여부가 관심이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 당일 제35차 전국과학기술축전을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이를 감안할 때 우주로켓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군 관계자도 “ICBM의 탄두 부문에 핵무기가 아니라 조잡하게라도 위성을 싣고 쏠 수도 있다”며 “우주발사체 ‘은하 로켓’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실상 ICBM 시험 발사를 지속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이 같은 시도를 한 전례가 있다. 1998년 8월 31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대포동 1호에 ‘광명성 1호’로 명명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가 실패했다. 2009년 4월 5일에는 미사일이 아니라 우주로켓 ‘은하 2호’라고 내세우며 위성(자칭 광명성 2호)을 탑재한 뒤 발사했지만 3단 분리 과정에서 실패했다.
김정은 정권 이후에는 2011년 4월 13일 위성을 싣고 발사된 ‘은하 3호’ 로켓이 공중폭발했고 그해 12월 12일에야 은하 3호 로켓에 ‘광명성 3호 2호기’ 위성을 실어 정상 궤도에 겨우 안착시켰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먹통 상태로 공허하게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깡통 위성’으로 전락했다. 2016년 2월 7일에 광명성 로켓에 실어 쏘아 올린 ‘광명성 4호’ 위성도 궤도 진입 후 작동 불능 상태다.
잇따른 실패에도 김 위원장은 향후 5년간 정찰위성을 지속적으로 쏘아 올릴 것이라는 방침을 공개했다. 다음 달 15일에 우주로켓을 쏘지 않더라도 2027년까지 우주쇼를 가장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 재개는 기정사실…시점이 관건=북한의 전략적 목표는 미국 본토까지 핵 투발 수단을 완성하는 것이다.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핵탄두 다변화와 수량 확충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에서 과거 폭파했던 갱도를 복구하기 위한 준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ICBM 시험 발사도 재개했으니 결국에는 핵 모라토리엄(핵실험 유예) 폐기도 거의 확실시된다”며 “문제는 시기인데 이르면 올 9월 즈음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과거 5~6차 핵실험을 모두 9월에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실험 재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5월 10일 새 정부 취임 시점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핵실험 준비 움직임을 보이며 6~7월 중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핵실험을 재개하면 단발로 그치지 않고 여러 번 할 수도 있고, 한 번에 동시다발로도 가능하다”면서 “심지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의 동시 도발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이버전부터 SLBM, 고체 연료 ICBM 도발 가능성도=다차원의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공공기관 및 기업 등을 타깃으로 한 대규모 해킹이나 전력 시설 등에 대한 국지적인 사이버 공격을 비롯해 고체 연료 엔진 ICBM 발사 등이 꼽힌다. 국방부는 21일 오전 9시부로 국방 사이버방호태세(CPCON) 수준을 기존 ‘Ⅳ급’에서 ‘Ⅲ급’으로 격상했다.
국지 도발의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연구기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와 합의했던 각종 긴장 완화 조치들도 지키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읽힌다”며 “9·19 합의 관련 사항을 깨고 서해나 비무장지대(DMZ) 일대의 도발이나 천안함 사태 때처럼 은밀하게 위협을 가한 뒤 시치미를 떼는 수법을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