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마장동 먹자골목에 무슨 일이…상인들 몸싸움도

화재현장 펜스 철거 두고 구청 용역직원-상인들 충돌

점포 상당수 무허가 건물…상인들 "40년간 일군 터전"

25일 밤 서울 성동구 마장동 먹자골목에서 성동구청 철거용역과 상인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25일 밤 서울 성동구 마장동 먹자골목에서 성동구청 철거용역과 상인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성동구 마장동 먹자골목에서 화재 현장 주변 안전펜스 설치를 둘러싸고 상인들과 관할구청 용역직원들 간 충돌이 빚어졌다.



25일 오후 10시께 성동구청 용역직원 수십 명은 최근 화재로 인해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설치한 펜스를 철거하고 구청 측 안전펜스를 설치하려는 과정에서 상인들과 충돌했다. 상인들은 전날 주민 안전 등을 위해 자비를 들여 펜스를 설치해놓은 상태였다. 구청 용역직원들이 굴착기 등을 동원해 작업에 나서자 상인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몸으로 용역직원을 막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때 물리적인 충돌 양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양측은 더 이상의 몸싸움을 자제한 채 대치 상황을 한동안 이어갔다.

구청의 안전펜스 설치 작업을 두고 상인과 구청 간에 입장은 엇갈렸다. 상인들은 안전을 위한 시설물을 설치하겠다는 뜻을 구청이 이미 양해했는데 갑자기 상인들이 설치한 펜스를 철거하려 했다는 입장이다. 먹자골목 상인 A씨는 "어제 펜스를 설치한 뒤 구청 직원들이 직접 찾아와 보고 갔다"며 "오늘 오후에도 상인들과 회의를 해놓고 갑자기 들이닥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상인 B씨도 "화재감식이 끝날 때까지 재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구청과 합의했다"며 "우리가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해서 마무리됐는데 오후 10시에 들이닥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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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측은 상인들이 설치한 펜스와 별개로 안전펜스를 추가로 설치하려는 것이었는데 오해가 빚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청 관계자는 "기존 펜스를 철거하려는 것이 아니라 안전펜스를 설치해 출입을 금지하려는 것"이라며 "무허가 건물인 만큼 쫓겨나게 될 것을 우려해 상인들이 반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상인들이 설치한 펜스를 그대로 두고 그 옆에 구청 측 안전펜스를 덧대기로 하면서 양측의 대치 상황은 다음날인 26일 오전 2시께 일단락됐다. 마장동 상인회 회장 김모(64)씨는 "지금처럼 우리 펜스 바깥에 구청 펜스를 쳐놓은 것도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일단 구청과 상인들 간에 협상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상인 옥경희(49) 씨는 "어제 용역들이 밀치는 과정에서 상인 한 명이 깨진 창문 유리에 오른팔을 깊게 베어 병원에서 꿰맸다"며 "나도 여자 용역 한 명이 내 팔을 뒤로 꺾어서 지금도 팔이 위로 잘 안 들린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갈등은 먹자골목의 존치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이 골목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마장동에 있던 소 도축장 일대를 정리하며 무허가 건물들을 축산시장 북문 부근에 몰아두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인근 주민들은 먹자골목 점포들이 서울시 소유 부지를 비롯한 국공유지에 들어선 무허가 건물이므로 철거해야 한다는 민원을 구청에 자주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소유 부지 등 국공유지에 들어서며 상권을 형성한 '무허가 건물'이지만, 상인들은 40여년 동안 일궈온 터전인 만큼 이곳을 떠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주민들의 철거 요구가 더욱 거세지자 구청은 화재 사건을 수습한 이후의 점포 운영과 관련해 최근까지 골목 상인들과 대책 회의를 이어오고 있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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