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님들, 그동안 (주로) 콩류로 만든 대체육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수많은 동물을 구하고, 축산업의 어마어마한 탄소배출(전세계 탄소배출의 18%)을 줄일 수 있는 대안...!
그런데 배양육에 대해선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배양육은 동물 세포를 갖고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예요. 살아있는 동물을 죽여 만드는 고기와 비교하면 동물의 희생을 압도적으로 줄일 수 있죠. 자원 소모도 덜하고요.
그래도 뭔가...무섭게 들린다고요?? 우리나라 배양육 벤처기업인 ‘스페이스에프’ 김병훈 대표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소비자들이 대체육은 쉽게 받아들이는데 배양육이라고 하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상상은 멈추고, 스페이스에프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줄기세포를 배양액에서 키우면 고기가 된다고?
우선 배양육 만드는 과정부터. 회사마다 조금씩 기술&공정이 다른데요. 스페이스에프는 동물의 근육에서 세포를 채취하고, 여러 세포가 섞인 채취물에서 다시 줄기세포만 뽑아내 배양액에서 키운대요. 근육세포가 자라려면 붙어서 자랄 조직이 필요한데 그건 ‘지지체’라고 하고요. “몸 속에서 자라는 구조를 몸 밖에서 만들어주는 게 관건”이라는 김 대표님의 설명.
“순도 높은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기술과 안정적으로 잘 배양할 수 있는 배양액을 만드는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도 덧붙이셨어요. 줄기세포의 순도가 낮거나, 비율(근육:지방:지지체)이 다르거나 하면 배양육의 맛도 달라진대요. 지금은 배양육 100g 정도 만드는 데 15~18일쯤 걸리는데, 소요 기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대요.
배양육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은 생명과학을 1도 모르는 에디터에게 참 어려웠어요. 그치만 중요한 질문을 빼놓을 수 없죠. 배양육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 축산업과 같은 동물 착취·학대 여부 말예요. 사실 줄기세포를 뽑아가면 끝인 걸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동물 착취를 없애는, 기술의 힘
“줄기세포는 살아있는 동물 또는 도축한 동물로부터 뽑아내야 하는데, 살아있는 동물로부터 채취할 경우 그 동물은 고기로서의 가치가 사라져요. 채취를 위한 생검 때문에 조직에 손상이 가거든요. 표피가 아니라 깊숙이 뽑아야 하기 때문에 고통도 심하고요.”
줄기세포 채취가 동물에겐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이야기. 줄기세포 말고 소·돼지 태아에서 뽑은 혈청으로 배양육을 만드는 기술도 있는데, 이 경우 혈청을 채취하면 태아가 죽을 수밖에 없어요. 역시 무서운 이야기죠.
그런데 다행히 스페이스에프는 신기술로 동물 착취·학대를 최소화한 배양육 개발을 가능케 했어요. 김 대표님 설명 이어서 들어볼게요.
“돼지의 배아줄기세포주를 한 번만 채취하면 거기서 계속 근육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어요. 이걸 다른 핵심 기술과 연결시켜서 배양육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스페이스에프의 최대 장점이에요.”
그럼 맛은 어떨까요. 올해 업계 관계자, 투자자 등을 모아 진행한 시식회에서 스페이스에프의 배양육 소시지는 4.7점을 받았대요. 일반 소시지(5점)보다는 조금 떨어졌다고. 풍미와 향을 더 살리는 조합을 개발하는 게 대량생산 전에 풀어야 할 과제예요.
GMO랑은 완전 달라요
또 가격 문제.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를 대량생산했을 때의 가격은 아직까진 기존 고기보다 비싸요. 하지만 동물 학대가 없는 고기니까 좀 더 비싸더라도 사겠다는 소비자들도 분명히 있겠죠? 김 대표님은 “기존 고기 가격과 비교해서 120%, 130% 정도 수준이어야 될텐데 아직까진 쉽지 않다”면서 “앞으로 2, 3년 동안 계속 가격을 낮춰나갈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마지막으로 탄소배출량은 어떨까요. 배양육은 아직 대량생산 단계가 아니다 보니 비교할 만한 구체적인 데이터는 없어요. 대신 김 대표님은 이렇게 설명하셨어요. “기존 축산업은 가축들이 내뱉는 메탄 문제도 있고 사료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배출이 불가피해요. 반면 배양육은 공간도 덜 차지하고 생산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쓴다거나 하는 식으로 탄소배출 절감의 가능성이 더 높은 분야죠.”
김 대표님은 앞으로 대체육과 배양육 시장이 성장하면서 둘이 섞인 ‘하이브리드’ 제품도 등장할 거라고 예상하셨어요. “지금 싱가포르에선 대체육, 배양육이 7:3 비율로 섞인 하이브리드 제품이 이미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배양육은 대체육보다 인지도가 낮은데, 그런 식으로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게 될 거란 예상이에요.
대체육, 배양육 시장이 커지면 그만큼 고통받는 동물의 수도 줄어들겠죠? “배양육은 자연을 계속 바꾸고 사용하는 방식으로만 이뤄졌던 기존 산업과는 다르다”는 김 대표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야겠어요.